JTBC 마라톤 추가 접수 당첨
이제 2년 차 러너인 나에게 요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언제 풀코스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사실 올해 경주국제마라톤을 신청했지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순식간에 마감된 것을 보며 망연자실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오늘 내년 대구마라톤 참가 신청을 하면서 똑같은 기분이 들어 오싹함을 느꼈다. 아무리 러닝 열풍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요즘 대학생들이 수강 신청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마라톤 신청일지도 모른다.
올해 안동과 상주에서 개최되는 마라톤의 풀코스 종목이 있었지만 거리도 멀고 아직 풀코스 도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해서 10월과 11월에 하프코스만 신청했다. 이것도 정말 운이 좋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지인 중 한 명이 신청했지만 마감되어 서운함을 토로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두 대회 모두 시간제한이 있는 하프 마라톤이지만 지금까지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제한 시간 안에 완주를 했기에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경주국제마라톤의 추가 접수만 오매불망 기다리다 마라톤에 대해 해박한 대학 후배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며 정보를 얻으려고 했지만, 능력자인 후배도 추가 접수의 영역만큼은 넘어서질 못했다. 이런 아쉬움을 삼키며 내년 대구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준비하자고 마음먹고, 두 번의 하프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한 러너가 되자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9월 300K 달리기 마일리지를 달성하려고 하는 계획이 탄생한 것이다.
달리기 훈련을 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내 일상의 모든 것이 달리기와 연관되어 있다. 옷을 구매할 때도 달리기 할 때 입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신발은 캐주얼화나 운동화가 아닌 오직 러닝화에만 관심을 둘 지경이니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맘도 그리 편하진 않을 것이다. 남편이란 사람이 주야장천 러닝화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냐만은 얼마 전 아내에게 나의 러닝화 구매 기준을 이야기하니 아내의 안심한 표정을 보면서 더 이상 나를 답답하게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온통 달리기 생각만 하다 보니 우연히 대한민국 3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JTBC 마라톤 추가 접수 광고를 보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러너스 카드>를 이용해 당첨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접수했다. 당첨을 간절히 바라고 바랐지만 정기 접수 자체도 선착순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참가자를 선발하는 대회이다 보니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첫 마라톤 풀코스 대회가 JTBC 마라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었다.
추가 접수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을 정도로 추석 연휴 전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을 무렵,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리며 메시지가 왔다. 잠긴 화면을 열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환호성이 나오며 기쁨의 몸부림을 쳤다. 바로 JTBC 마라톤 추가 접수에 당첨되었다는 메시지였다. 차에 혼자 있었기에 망정이지, 카페나 길거리에서 이 메시지를 확인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쁨의 순간을 잠시 멈춘 상태에서 이성의 힘을 발휘해 참가비 결제와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제일 먼저 전했다. 달리기에 미쳐 있는 남편을 매일 보는 아내도 JTBC 마라톤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어 축하해 주었고 늘 하던 대로 나의 달리기를 조용히 응원해 주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아내의 권유로 이태근 선생님의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했기 때문이라, 따지고 보면 달리기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내라고 볼 수 있다.
간절히 바라고 추가 접수에 당첨된 상상을 매일 하면서 달리기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JTBC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수 있어 하늘을 날 듯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대회에 출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마음도 있어 조급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기쁨과 조급함을 부단히런 크루 대장님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결국 내가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하고 완주를 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느끼는지를 몸이 알게 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민 워치에 등록된 울산마라톤 하프코스 워크아웃을 삭제하고 JTBC 마라톤 풀코스 워크아웃을 생성하면서 울산마라톤에 열중하던 마음과 다른 내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고 바랐던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대회까지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긴 했지만 10월에는 긴 추석 연휴가 있어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회 완주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부족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것에 조금 더 완성도를 높여 잊을 수 없는 나의 첫 마라톤 폴코스 추억을 만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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