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대회 동반자 찾기
JTBC 서울마라톤 추가 접수에 당첨된 기쁨도 잠시, 42.195km의 거리를 어떻게 달릴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가득해 마음속은 조급함으로 가득 찼다. 지금까지 가장 먼 거리를 달린 기록을 찾아보니 25km 밖에 되지 않았기에 힘들게 달린 거리인데 여기에 17km의 거리를 더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완주는커녕 부상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혼란스러웠지만 냉정한 이성의 힘을 되찾아 하나씩 대회 준비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이 노력의 첫 번째 과정으로 대회용 러닝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과체중 러너이자 프로 발볼러인 나에게 러닝화 선택에 있어서 많은 제한사항이 있다. 정말 맘에 드는 러닝화이지만 발볼이 꽉 끼어 한 치수 큰 사이즈를 신으면 뭔가 헐거운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상태에서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애매모호함이 선택의 혼란을 야기한다. 몇 개의 브랜드 러닝화를 신어본 후에야 나에게 가장 적합한 러닝화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브랜드가 뉴발란스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뉴발란스 러닝화를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 나의 곁을 떠난 '모어'부터 나의 첫 러닝화 '1080'을 비롯해 레벨 V4, 프롤런, 880, 이에로, SC 트레이너 등의 모델을 착용해 보았다. 뉴발란스의 러닝화 모델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가장 나에게 적합한 점은 발볼이 편한 '2E'와 '4E' 사이즈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4E' 사이즈는 한 번도 신어보진 못했지만 나보다 더 심한 발볼러가 있다면 정말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해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체력도 크고 체중도 나가는 과체중 러너이기에 카본화에 대한 환상과 욕망을 가지고 있어도 차마 신을 수 없어 충격 흡수에 좋은 쿠셔닝화를 선호했다. 그래서 주로 맥스 쿠셔닝 기능이 있는 러닝화를 신고 달렸는데 여러 브랜드 중에서 뉴발란스 쿠셔닝화가 제일 편안하고 나와 맞다고 느꼈다. 하지만 쿠셔닝화는 뛰어난 층격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러닝화 자체의 무게가 있어 무겁고 장거리를 달릴 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기에 풀코스 대회용 러닝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42.195km의 거리를 나와 함께 하는 러닝화이기에 내 발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단 1초라도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더해 몇 개의 러닝화를 알아보았다. 고민 끝에 두 개의 모델을 가지고 부단히런 러닝크루 대장님께 문의드렸고, 내 생각과 같이 <아디다스 아디오스 프로 4> 모델을 추천해 주셨다. 아디다스 브랜드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 가급적이면 구매하지 않으려 했지만, 다른 러너들의 착용평을 들어보면 풀코스 대회용 러닝화로 제일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 눈여겨보고 있긴 했다.
아직까지 풀코스 대회를 출전한 적이 없기에 카본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카본화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다고 생각해서 카본화를 구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에 추가당첨된 순간, 이제 카본화를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카본화 중에서 어떤 모델이 나에게 가장 적합할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결정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했고, 대장님의 조언과 나의 직감에 따라 선택했다.
나는 신발을 살 때 철칙이 있는데 반드시 착화를 해보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알고 있는 모델이라 할지라도 착화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어 보고 결정한다. 그래서 아디오스 프로 4 모델을 착화해 보기 위해 최근 부산에 개점한 <온 유어 마크>를 방문해 착화를 해보았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편하고 발을 잘 감싼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구매하고 싶었지만 내가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내 몸이 카본화의 탄성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조금씩 카본화에 대한 적응도를 높여보려고 한다. 하지만 훈련을 게을리하면서 카본화만을 맹신한 체 대회 출전만 하는 러너는 되고 싶지 않다. 달리기 세계에 들어올 때부터 "나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달리기를 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기에 매일 이 목표를 향해 달리기 훈련을 하며, 오늘의 달리기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오늘의 달리기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카본화를 신었다고 해서 기록이 단축되거나 체력 소모가 덜 되는 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카본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본화만 믿고 부상을 당한 사람의 경험담을 들었기에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내가 수용할 수 없다면 결국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러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탐내볼 만한 달리기 도구이지만 천천히 카본화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며 나만의 달리기를 위한 최상의 무기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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