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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시선

무엇을 바라보며 달리는가

by 조아

제주 전지훈련의 여운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당장이라도 30km 거리주를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었지만 주말에 참가할 월드비전 글로벌 6K를 위해 아껴 두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가하는 <월드비전 글로벌 6K>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는 대회이다.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며 일석이조의 기회이다.


살면서 참 많은 기회와 마주하게 되지만 이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순간이 참 많았기에 요즘은 기회를 포착하면 바로 실행하려고 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자세를 견지한다면 기회를 분별하고 포착하는 능력이 개선될 것이며 행동으로 옮긴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더 이상 기회를 기회인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월드비전 글로벌 6K는 매일 식수를 위해 아프리카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걸어야 하는 거리를 뜻한다. 오늘 아침 휴식 차원에서 달리기 대신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6km의 거리를 걸으며 그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직 어리기에 부모와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무엇을 위해 무거운 물통을 들고 그 작은 맨발로 한 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가



바로 생존을 위해서이다.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약 3일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기온, 습도 등 날씨의 영향에 따라 달라진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에서 물 없이 3일을 버틸 수 있을까? 3일이 아니라 단 3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그들도 삶의 방식이 있고 생존의 노하우가 있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만 물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나는 약간의 갈증만 느껴도 어디에서는 물을 쉽게 마실 수 있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은 식수로 쓰기 어려워 보이는 물도 일단 물이 있다면 어디든 그 물을 얻기 위해 무작정 걷고 또 걷는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물을 길러 가는 길은 안전이 보장된 루트가 아니다. 맹수의 위협이 있을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길 위에서 목숨 걸고 물을 길으러 가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아이들이 약 10kg 정도의 무게인 물통을 들어 6km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물통 없이 6km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들을 생각해 보니 참 안쓰럽기도 하고 무엇인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했다. 그들이 매일 걷는 6km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단순히 후원만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6/2016082601793.html


한국의 한 디자이너가 우간다 아이들을 위해 "제리백"이라는 물통 가방을 만들어 후원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이 조금씩 보장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함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휴식하는 날, 6km의 거리를 걸으며 나의 시선을 그들을 향해 두고 기도할 것이다. 미국의 인권 운동가였던 존 루이스가 자주 언급한 "기도했으면 걸음을 옮겨라(Pray and move your feet)"이란 말처럼 기도가 행동으로 연결돼야 함을 느낀다.


올해 글로벌 6K는 기록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한 명의 러너로서 또 공감하고 싶은 어른으로서 나의 달리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날이다. 달리기는 나에게 체력과 성취를 주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공감의 훈련이자 삶을 함께 하는 연습을 선물한다. 나를 위한 달리기가 아닌 모두를 위한 달리기를 꿈꾸며 달릴 것이다.



나의 작은 움직임(movement)이 나만을 향한 시선에 그친다면 오직 나만을 아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비효과처럼 나로부터 비롯되는 작은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넓은 세상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협력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자 어른으로 작고 소중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그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그들이 안전한 게 깨끗한 물을 마시며 행복한 어린이가 되는 날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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