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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벽을 깨는 시도

거리주 30K 훈련으로 얻은 것들

by 조아

작년 8월부터 달리기 세계로 들어온 나는 이제 2년 차 러너이다. 몇 번의 대회에서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며 대회의 의미와 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적인 경험을 하면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훈련도 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여 '대회뽕'만을 믿고 달리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훈련의 성과를 대회에서 얻고 있었다.


정말 운 좋게 2025년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에 추가 당첨되어 하늘을 날 듯이 기뻤지만 마라톤 풀코스는커녕 하프코스도 달리지 못한 내 실력이 너무 걱정되었다. 괜히 신청했나 후회하면서도 천운을 타고났다는 주변의 부러움 속에서 이번 기회를 어떻게 하면 한 뼘 더 성장한 러너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에게는 조급함이 가득했다.


사실 러너에게는 고민보다는 일단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율적이다.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해결되지 않지만 달리다 보면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문제도 작은 틈이 보이고, 그 틈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몇 번의 이런 경험을 통해 조급함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느낌은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에 당첨되기 전부터 느껴왔지만 스스로 거부하며 인정하지 않았던 감정이다. 바로 거리주 30K 훈련인데 이제 겨우 하프 달리기를 하는 수준인 나에게 한 번에 30km의 거리를 달리는 것은 그 자체가 두려움이자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달리는 것이야 어찌어찌 달린다 쳐도 어떻게 수분 공급을 할 것이며 중간의 보급소를 어떤 방법으로 운영할지는 미지수였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는 거리주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주 제주 전지훈련에서 얻은 자신감과 아주나이스팀의 코칭 덕분에 거리주 훈련을 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도전해 보다는 일념으로 지난 일요일, 감정코칭 강의시연 평가를 받고 귀가한 후 바로 달린 준비를 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 부분이 거리주 훈련의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러너에게 가장 중요한 시도는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훈련법이 있다 할지라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상황 속에서 일단 문고리를 잡고 밖으로 나가야만 달릴 수 있고 훈련의 성과와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훈련의 시작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분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러닝 베스트를 착용하고 워터팩 1.5L를 넣어 훈련 중 갈증에 대비했고 6개의 에너지젤을 챙겨 나만의 보급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8km 거리마다 하나씩 먹을 생각이었지만 혹시나 고갈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여분의 수량을 챙겼고 훈련하면서 틈틈이 챙겨 먹었다. 기본적인 준비를 했으니 완주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달렸다.


지금까지 가장 긴 거리를 달린 기록은 25km였지만 5km의 거리를 더 달려서 30km 거리주 훈련을 하는 것은 단순한 산술적인 계산으로 접근한다면 엄청난 오류를 가져온다. 25km의 거리를 달릴 때도 젖 먹던 힘까지 쥐여 짜는 심정으로 달렸던 기억이 떠올라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훈련을 시작했고 달리면서 이런 두려움의 벽을 하나씩 깼다. 내가 바라는 목표를 가리던 벽이 하나씩 허물어지면서 저 멀리 뚜렷한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고, 발바닥이 타는 듯한 느낌을 무마시키며 30km의 거리에 다다를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았다. 28km를 달렸을 때 해냈다는 희열이 온몸에 퍼지면서 허벅지와 발목의 통증을 조금씩 치료하고 있음을 느꼈다.



드디어 30km를 완주했을 때 내 마음속에서는 마라폰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싹이 나고 있었다. 페이스와 시간이 만족할만한 기록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한 번도 쉬지 않고 가장 먼 거리를 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초보 러너가 아닌 성장하는 러너가 되고 있음을 느끼며 울산마라톤 하프코스를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시도조차 못했던 거리주 훈련, 하지만 시도하고 완주하여 자신감과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기면서 앞으로 참가할 마라톤 대회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아직도 도전하지 못했던 런데이 애플리케이션 풀코스 달리기 챌린지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이런 마음을 JTBC 서울마라톤에 참가하기 전에 꼭 이루고 싶다.


5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한참 부족한 실력이지만 남은 기간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나만의 달리기를 지속한다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를 믿지 못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거리주 훈련을 통해 온전히 나를 신뢰하고 지지하면서 완주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단 한 번의 거리주 훈련이 끝이 아닌 매주 거리주 훈련을 하면서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감각을 키울 것이다. 7분대 페이스로 완주하긴 어렵겠지만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매 훈련마다 스스로 증명한다면 대회에서는 완주의 기쁨을 누릴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나는 이 확신을 현실로 만들 준비를 하며 첫 마라톤 풀코스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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