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요즘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고민의 여지없이 바로 달리기라고 답할 것이다. 불가 2년 전만 해도 달리기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던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의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러너에게 달리는 순간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이제 2년 차 러너가 이렇게 거창한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거리주 30K 훈련을 하면서 첫 풀코스 출전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만든 조급함에서 해방되었고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발바닥이 타는 듯한 느낌과 허벅지가 점점 뭉쳐오는 순간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한 뼘이라도 더 성장한 러너가 되고 싶어 달리기 마일리지 300K 달성을 위해 처음으로 월간 달리기 훈련 계획도 만들고 이지런, 템포런, 인터벌 등 다양한 훈련 방법을 적용하여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러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여행이나 가족모임이 있었어도 운 좋게 훈련 계획을 잘 지키고 있어 더욱 뿌듯함을 느끼며 10km 마라톤 대회에서도 만족할만한 기록을 얻었다.
그동안 달리기 마일리지를 채우기 위해 달렸다면 9월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조금씩 러너다운 모습으로 변해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과 차원이 다른 달리기의 세계를 경험하는 중이다. 10월 하프 마라톤과 11월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훈련을 통해 준비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묘미도 참 좋다.
첫 출전이라 완주를 목표로 삼고 있어 기록에 대한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대회에서도 큰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러너가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훈련도 같이 한다. 욕심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훈련을 그르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대회 전까지 훈련 계획대로만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자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기 싫은 훈련도 해야 하며,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훈련이지만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기에 그저 받아들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싫어 당당하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되기 위한 선택을 한다.
출근 시간의 압박으로 원래 계획보다 조금 짧게 훈련을 했지만 밀도 깊은 달리기를 했다는 증거는 그 어느 때보다 땀이 많이 나서 상의가 흠뻑 젖었다는 것이다.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4분 페이스와 8분 페이스를 왔다 갔다 하는 훈련 속에서 내 심장을 요동치며 힘들어했지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명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은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다음 인터벌 훈련을 할 때는 이 고통을 충분히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러너로 성장하겠다는 다짐과 미래에 대한 상상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2번째 인터벌 훈련이라 아직 극명한 효과는 없지만 4분 페이스로 1km의 거리를 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훈련이었다.
오늘의 훈련이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든 훈련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힘들고 쉬움의 영역이 아니라 알을 깨고 나오는 줄탁동시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인터벌 훈련을 정말 싫어하지만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싫어하는 인터벌을 해야 하는 진리를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달리기는 묘하게 인생과 참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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