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싹트는 자신감
3대가 덕을 쌓아야 겨우 출전할 수 있다는 JTBC 서울마라톤이 당첨된 기쁨도 잠시뿐, “지금 이 상태로 어떻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엄습해 왔다. 아직 초보러너의 티를 벗지 못한 나에게 기쁨이자 동시에 걱정거리가 된 그토록 갈망했던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첫 단추의 표상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었으면 세상에 고민과 문제는 없을 것이다. 걱정 가득한 나에겐 장거리 달리기 훈련 중 하나인 ‘거리주’ 훈련이 필요했고 30km의 거리를 달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최대 25km밖에 달리지 못한 터라 30km나 되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주로 혼자 달리는 나에게 부단히런 대장님과 멤버들의 조언과 응원이 늘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이럴 때 누군가 옆에서 지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대장님과 카본화 구매에 대한 정보를 들으며 우연하게 제주 전지훈련이 결정되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들게 된다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천금 같은 기회이자 성장의 변환점이었다.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라는 속담처럼 말이 나온 김에 일정을 잡고 제주에서 부단히런 제주팀과 함께 달리면서 평일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대장님의 원 포인트 레슨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나는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주말에 거리주 훈련을 했고 최장 거리인 30km를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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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첫 거리주 훈련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나는 또 한 번의 거리주 훈련을 준비했고 지난 주말, 주로 훈련하던 공원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진짜 도로를 달리는 로드 러닝을 하면서 두 번째 거리주 훈련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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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의 상황이었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고 공원이 아닌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마치 교통 통제가 되지 않은 대회의 느낌이 났다. 더욱이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어 페이스를 줄여가며 안전하게 달렸다. 평소라면 차를 타고 갔던 백화점까지 온전히 달리기로만 갔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며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행했다.
백화점 근처에서 아내와 아이가 모임을 하고 있어 언제 마치는지 물어봤는데 늦게 마칠 것 같다는 답변을 듣고 달려온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갈 생각을 했지만, 만약 아내가 내 요구에 즉시 반응했다면 두 번째 거리주 훈련은 아마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어둠이 짙게 내린 돌아가는 길은 정말 고독했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어둠 속 거친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가득했고 헤드 랜턴을 챙겨 오지 않았음을 한탄하며 더욱 조심스럽게 달렸다.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 워터 팩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대회를 대비해 에너지바도 먹으면서 달렸고 안 그래도 갈증이 넘치는 입은 퍽퍽한 에너지바로 인해 사막처럼 건조한 상태가 되었다. 먹는 것도 훈련이란 말처럼 에너지 젤 이외에 달리면서 먹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귀중한 훈련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런 훈련이 조금씩 쌓이면 트레일런에 도전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거리주 훈련보다 좋지 않은 주로를 달렸기에 당연히 시간이 더 걸렸지만 발바닥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이상했다. 물론 카본화가 아닌 쿠셔닝이 좋은 데일리 러닝화를 신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번 해봤다는 경험이 통증을 없애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겨우 두 번째 거리주 훈련이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서 완주를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처음보다 더 큰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달렸던 의지가 한 걸음 완주에 가깝게 인도한 것이다. 약 한 달 정도 남은 대회를 나만의 방법으로 준비하면서 나는 5시간 안에 완주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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