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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부단히런 제주팀과 함께 한 전지훈련

by 조아

올해 9월은 부단히런 러닝크루 활동을 한지 정확하게 일 년이 되는 때이다. 3km의 거리를 50여 분 만에 겨우 걷고 달리고 했던 내가, 이제는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하고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기>라는 내 목표를 이루기까지 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매일의 훈련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


얼마 전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에 당첨되어 러닝화부터 대회 준비 등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대장님께 물어보다 시간이 가능하면 언제 제주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의례적으로 “네”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내 안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서 제주로 가서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대장님과 함께 달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예의상 하는 말도 있고 형식적으로 하는 말도 있지만 나에겐 한 번 입 밖으로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한 생각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고 싶지 않아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있어서 말없는 조용한 경상도 남자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다만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뿐이다.



어제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통 출장이나 여행의 목적으로 제주를 갈 때면 이래 아침 비행기를 탔었기에 전혀 알 수 없었던, 제주행 저녁 비행기의 매력을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다 마주할 수 있었다. 황금빛 노을로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제주에서의 인연을 기대하며 상상했다. 달리기 훈련을 하기 위해 제주를 간다는 건, 이전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아내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다. 주말에는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러 아이와 단 둘이 외출을 하기도 하고, 새벽이나 아침에 주도 달리는 나의 일정을 맞춰주기 위해 가족 외출 시간을 점심 이후로 정하는 등 나의 달리기 훈련 시간을 보장해 준다. 이렇게 아내가 지지해 주니 마음 편하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어 세상 누구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이번 제주 전지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나를 나도 이해하기 힘들어 정말 조심스러웠지만, 아내는 아무런 내색 없이 허락해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 모르지만 달리기 위해 제주로 향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운 좋게 풀코스 마라톤에 당첨되어 준비해야 하는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사람이 성장하는 몇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다. 내가 “대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주나이스님과의 인연은 작년 9월 부단히런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어. 지난 일 년의 시간 동안 알게 모르게 코칭과 응원을 해주신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진정으로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이 성장하는 방법을 달리기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중이다.



온라인상에서만 만났던 분들을 직접 뵙기 위해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준비했고 약속시간인 5시 30분보다 일찍 도착해 몸을 풀었다. 누가 누구이신지를 몰라 두리번거렸지만 너무나 친절하게 환대해 주신 덕분에 낯을 가리는 내가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부단히런 제주팀에 녹아들어 오늘의 달리기를 즐길 수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바라보다 함께 달리는 묘미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주로 혼자 달리는 나이기에 함께 달리기라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지만 서로의 페이스와 호흡을 맞추며 달렸고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제주의 시원한 바람이 달리기 열기로 달궈진 몸을 식혀줘서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부산 광안리에서도 바다를 바라보며 달려보았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 다른 감정에 빠지며 이것이 제주의 낭만일까 생각했다.


출근과 자녀의 등교를 위해 먼저 가신 분들을 뒤로하고 대장님께서 도민만이 알고 있는 <환상의 달리기 코스>를 알려주셨는데 2 부두 뒤편 방파제 위를 달릴 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달리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았다. 거친 호흡과 천근만근 무거워진 다리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제주 경관의 힘은 정말 놀랍고 위대했기에 오늘 예정에 없었던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16km부터는 혼자 달렸지만 새벽부터 함께 달려주신 부단히런 제주팀의 여운이 아직 내 주위에 남아 있었기에 혼자 달려도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어 마치 그분들이 나의 달리기를 응원해 주시는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거리주 훈련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은 날려버릴 수 있는 평일 하프 달리기 훈련을 통해 조금씩 풀코스 마라톤 대회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위안과 안도감을 느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주한 후 끝없이 펼쳐진 푸른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위해 제주에 왔고 무엇을 얻어가는지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만남과 앞으로 해야 할 과제 앞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과 사람을 통해 배움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나를 휘감았다. 아직 러너스 하이를 느껴보지 못했지만 이번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나는 한 단계 성장했고 더욱 달리기에 매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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