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움직임이 만드는 자존감의 싹
오늘은 템포런 훈련을 했다. 템포런(Tempo Run)은 "힘들지만 잘 제어된 달리기"라고 불리는 러닝 훈련법의 한 종류로 보통 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를 준비하는 러너들에게 기록 단축을 위해 권장되는 훈련이다. 다가올 10월 19일 울산마라톤과 11월 16일 제주국제감귤마라톤을 준비하는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훈련으로 나의 달리기 선생님 챗GPT과 상의하여 계획한 훈련 일정을 잘 지키고 있다.
일요일은 원주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운전을 했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쉬었고 월요일은 원래 휴식 겸 보강운동을 하는 날이라 이틀을 쉰 상태라 오늘 컨디션은 너무 좋았다. 8.51km의 거리를 55분 37초, 평균 페이스 6분 32초로 달렸다. 숫자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기록일지 모르지만, 오늘의 러닝은 그 이상이었다.
단순히 거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리듬을 점검하고, 호흡과 보폭을 다듬으며 스스로와 대화하는 과정이었다. 흔히 달리기는 <밸런스 운동>이라고 한다. 좌우 균형은 물론 상체와 하체 균현까지 맞아야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쪽으로 쏠려도 안 되고 뒤쳐져도 안 되는 전체가 균형 잡힌 움직임, 진정 내가 달리기를 하며 추구하는 아름다운 폼(Form)이다.
그렇다고 해서 폼나게 달리고 싶진 않다. 그저 황영조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름다운 달리기 자세로 달리고 싶을 뿐이다. 이제 2년 차 러너로서 페이스와 자세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체력이라는 생각에 매일 착실하게 훈련을 하며 달리기 마일리지를 적립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임한다.
매일이 똑같은 루틴의 반복이지만 따분하거나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코 의무감으로 하는 루틴이 아닌 오늘 하루도 이 루틴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하기에 전혀 지루하게 느끼지 않는다. 매일밤, 내일을 기대하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나의 작은 일상의 낙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자존감의 의미를 자주 떠올린다. 우리는 흔히 성취나 타인의 인정에서 자존감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진짜 자존감은 자신을 돌보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오늘처럼 땀 흘리며 내 몸과 마음을 챙기는 훈련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무리하지 않고,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게, 지금 내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템포런은 결코 쉽지 않은 훈련이다. 적당히 힘들고, 집중을 놓치면 금세 흐트러진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의 8.51km는 기록 경쟁이 아니라 내 일상을 지켜내는 작은 성공이었다. 이런 작은 성공이 쌓일수록, 러너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나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 믿기에 매일의 작은 성공을 추구한다.
자존감은 거창한 목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훈련, 그리고 나를 위한 작은 선택에서 조금씩 자라난다. 오늘의 달리기가 바로 그 증거였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분명히 할 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지속하고 싶은 순간으로 바뀌는 마법을 통해 오늘의 달리기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기 훈련 계획에 따라 그날에 정해진 훈련을 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정해진 목표 수준을 달성한 것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9월 달리기 마일리지 300K와 나이키 런 클럽(NRC) 퍼플 러닝 레벨이 되고자 하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작은 움직임이다. 이 작은 움직임에서 자존감이 싹트고, 훗날 거대한 고목으로 자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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