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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필요한 이유

쉼은 멈춤이 아니라 나아감이다

by 조아

추석 연휴 동안 너무 잘 먹고 잘 쉬어서인지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하는 한글날, 17km 정도 달렸을 무렵 갑자기 골반 통증을 느꼈다. 보통 통증을 느끼면 바로 달리기를 멈추고 통증에 집중했는데 이날은 통증과 함께 완주하고 싶었다. 울산 마라톤을 대비하여 훈련 페이스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통증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포기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페이스를 늦추고 한 템포 쉬어가기고 했다. 7분 후반대로 페이스를 늦추니 통증은 줄어들었고,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끝까지 달렸고 결국 하프 달리기 훈련을 완주할 수 있었다. 쩔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멈출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던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인 통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만 통증이 올라온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포기하는 것도 계속되면 습관이라고 믿기에 한 번 포기하기 시작하면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기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마라톤 풀코스를 대비한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이번 추석 연휴 간 훈련이 정말 중요했지만 크고 작은 통증 때문에 하프 달리기 훈련밖에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휴식을 취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훈련을 게을리했기 때문일까?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긴 추석 연휴를 보낸 내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기에 더욱 쉽게 통증이 올라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금요일 출근 후 집에 돌아와서 쭉 쉬었다. 물론 아이와 산책도 하고 신불산 등산을 하기도 했지만 달리기를 하진 않았다. 신불산 등산을 할 때 우연히 마주친 트레일러너들을 보면서 달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지만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쉬기로 마음먹었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옛날 연천 신탄리역에서 보았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지판처럼 내 마음은 온통 달리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이런 욕망을 충족시킨다면 다음 주 울산마라톤은 물론 11월 초 JTBC 서울마라톤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아 꾹 참았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골반의 통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충분히 수면하면서 몸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주말을 보내고 오늘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잠들었던 몸을 깨우고 가볍게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혹여 다시 통증을 느끼면 어떡할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빠르게 웜업을 하고 달리기를 하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조금 더 달리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10km의 거리를 달리고 싶지만 충분한 쿨다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7km만 달렸다.


달리는 중 보는 풍경은 멈춰 있을 때 보는 풍경과 다르다. 사실 달리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아직 없기에 내 옆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지만 달리기에만 집중하면서 오직 달리기만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 이 연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가겠지만 중요한 것은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체를 보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오직 달리기 훈련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각했지만 며칠 휴식을 하며 깨달은 것은 쉼은 쉬어감이 아닌 나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매일의 달리기를 꿈꾸지만 아직 나는 그런 실력이 없기에 쉼이 필요하고 쉼을 통해 회복하며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서 쉼은 멈춤이 아니라 나아감이자 동시에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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