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마라톤 후기
지난 일요일, 울산마라톤은 실질적인 나의 첫 하프 마라톤 도전이자 완주의 시간이었다. 사실 올해 5월 김해숲길마라톤 하프 도전의 해프닝으로 사실 두 번째 하프 코스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완주를 못했기에 울산마라톤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했다. 꼭 완주할 것이라는 마음속 다짐으로 매일 아침 거울 속 나를 보며 긍정확언을 반복했다.
제주 전지훈련으로 거리주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두 번의 30km 거리주 훈련을 한 상태라 거리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하프 코스는커녕 마라톤 대회에 처음으로 참여하시는 신부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정말 부담이 되었다. 나도 잘못하면서 누군가를 이끌어 준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약속하고 신부님과 훈련을 한 상태라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원했던 경주마라톤 참가를 포기하고 울산으로 향했는데 주차 이슈로 인해 하프 코스 출발시간에 늦어 웜업도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인파 속에서 신부님을 찾다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 애태우다 10km 주차들이 출발하는 틈에 늦게 출발했다.
제일 뒤에서 부지런히 달리며 신부님을 찾는 길은 쉽지 않은데 새벽부터 내린 비로 노면은 미끄러웠고 반복되는 소낙비로 인해 시야가 불편했다. 속도를 내고 싶었지만 오버 페이스로 달리면 완주가 힘들 것 같아, 끝까지 달리면 결국 신부님을 만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달렸고 신부님을 만나 결국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울산마라톤을 통해 배운 두 가지는 대회 요강을 숙지하고 출발시간 1시간 전에는 대회장에 도착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과 대회 전에는 확실한 테이퍼링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찍 도착해 충분히 웜업을 하고 처음부터 함께 달렸더라면 후반부에 신부님이 지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항상 마라톤 대회의 주차 이슈에 대해 늘 고민하고 사전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한 대회 분위기에 취해 연습한 페이스가 아닌 오버 페이스를 한다면 'PB(Personal Best)'라는 좋은 기록을 세울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중후반부에 지쳐 완주를 포기하거나 부상을 입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자신의 몸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한다면 건강하고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대회에서 발생한 온열사고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안타까운 사태는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고민 속에서 괴로워하며 준비했던 울산마라톤이 끝나고 나에게 남은 것은 약간의 근육통과 엄청난 아쉬움이다.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기라기보단 신부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더 크다. 처음 마라톤에 참가하시는 신부님은 많은 것이 생소하고 어려우셨을 텐데 준비사항을 상세히 전달하지 못해 대회 전날 극심한 스트레스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셔서 무릎 통증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너무 괴로웠다.
'테이퍼링'이란 대회 전 준비사항을 놓친 부분으로 17km가 넘는 지점부터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무사히 같이 완주했음에 감사할 뿐이지만 결과를 떠나 과정을 살펴보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준비했더라면 삼랑진에서 연습했을 때처럼 편하게 완주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이미 지난 일을 회상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에 앞으로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가 2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과 영양분 보충인데, 보통 '리커버리'와 '카보로딩'이란 용어로 러너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훈련 포인트이다. 특히 먹는 것까지 훈련의 과정이라는 말에 백 번 넘도록 공감하고도 남는다.
아직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차근차근 준비하며 나의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임할 것이다. 멀리 서울까지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리 예약한 숙소부터 항공편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기에 남은 기간 테이퍼링과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대회 당일에는 체감온도가 낮을 것이기에 철저한 방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3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JTBC 서울마라톤에 참가하는 모습을 꾸준히 상상하면서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상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나만의 페이스로 준비한다면 다른 러너보다 늦을 수는 있겠지만 5시간 안에 충분히 완주할 것이라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완주할 수 있고, 완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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