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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6. 2023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희귀성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미놀타 필름 카메라로 자연 속으로 들어가 풍경을 담고 과거를 담았다. 현상할 돈이 없어 용돈을 모으는 동안 필름 통을 분실하지 않기 위해 서랍 속에 넣어 두고 열쇠로 잠가놓았던 풋풋한 추억이 생각난다. 이때는 필름 카메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현상을 하지 않으면 내가 촬영한 것을 다시 볼 수 없었고, 간혹 깜박하고 필름을 감지 않으면 힘들게 찍은 사진 모두가 빛이 들어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찍을 수도, DSLR로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사진보다는 동영상 촬영이 대세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더 애용한다.


  필름 카메라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그림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남겼다. 동굴 암각화로 시작한 인간의 표현 능력은 캔버스에 미묘한 감정의 표현까지로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경지까지 발전했으며 자화상부터 정물화,  풍경화 등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이 많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현실주의, 초월주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학파가 나타났지만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예술의 모든 판도를 바꿔 놓았다. 독재자의 압박을 피해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잃었지만, 그들의 눈을 피해서라도 세상을 향한 화가의 시선으로 떠오른 영감을 표현하는 예술가로서의 저항을 쉬지 않았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루체른에 있는 피카소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의 그림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내 눈앞에 있는 명화를 통해 눈이 정화되고 예술을 향한 갈망이 해소됨을 느꼈다.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저 나만의 생각이자 나만의 느낌이겠지만 작가는 분명 그림 속에 자신의 의도를 감추어 두었고, 후세의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 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생각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곳으로 갈 뱃삯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렸을지언정, 그들은 그림의 본질이자 가치를 표현하였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그림의 진정한 가치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원화로 2,622억 원이지만 정확한 거래가는 비공개이다. 고작 그림 한 점에 2,000억이 넘는 것을 이해 못 할 수도, 세상에 단 한 점뿐인 그림을 돈의 잣대로 추산하는 것을 경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진처럼 흔하지 않은 유일함이 그림에 가치를 더 해준다. 또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스토리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세간의 이목은 더 집중되어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 화가가 표현한 평면도 안에 무엇을 보았는지, 대상의 특징을 어떤 기법으로, 재료를 사용하였는지 보다 당시 화가의 생각과 느낌이 녹아 있는 의도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눈은 쉽게 길러지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느낄수록 작가의 생각을 훔치고,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림과 예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하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을 가장 좋아한다. 화려한 금빛 배경의 한 여인의 매력적인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림 속 여인이 그림 밖으로 나올 것만 같다. 이 그림도 뉴욕에서 1416억에 판매된  세상에서 6번째로 비싼 그림이다. 이 그림은 소장할 수 없지만, 구스타프의 생각과 예술의 정신만은 나도 느끼고 배우고 싶다. 대상의 특징을 찾아내는 능력과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표현 능력을 배워 나의 글에도 녹여낸다면 세상에 대한 표현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글로 전하는 나의 의도에 예술적 표현을 가미하면, 나의 글은 더욱 유일한 스토리가 될 것이다. 나는 희귀성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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