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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8. 2023

인간 관찰

조감도의 높이와 현미경의 깊이로 바라보기

나는 인간관계로 힘든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상처받고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 다짐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해주는 나 자신을 보며 한심하게 느껴진 적도 많았다. 당시 나는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일 년에 사람을 1,000명 이상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사람을 잘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한 길 사람 속도 볼 줄 모르는 식견으로 엄청난 착각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이런 착각 속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어준 일을 겪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


 당시 엄청난 충격으로 회사 업무 이외에는 집박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좋아하는 운동도 안 하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한 3달 동안 집에서 책만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운 점 2가지는 책만 읽고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굳이 집에만 있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면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때 나는 생명에 위태로운 상처를 입은 짐승이 자신의 동굴 속 깊은 곳에 숨어 상처를 회복할 때까지 꼼짝도 안 하는 것과 동일하게 여겼다. ’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피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주말 동안 내 핸드폰은 항상 꺼져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거부하고, 홀로 있으려고 하는 것은 관계의 단절과 고독을 의미하는 것 이상의 행동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인간 사이의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을 떠나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홀로 있으려고 하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부정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 속의 존재인 본능을 거스를 정도로 인간한테 큰 상처를 받았으면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인간은 인간 속에 있어야만 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속 주인공이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배구공에게 윌슨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실상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는 것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대화에서 비롯된다.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대화를 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할 것이다.


 전인적인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는 에니어그램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힘의 근원에 따라 머리형, 가슴형, 장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은 또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눠서 총 9개의 유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중세 수도원에서 구전되어 온 에니어그램은 오랜 시간 인간을 관찰하면서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 심성을 분석해 왔다. 하지만 이런 오랜 시간을 투자한 연구도 인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 자체의 오묘함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간을 틀에 맞춰서 규정화하는 것은 인간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일 뿐이다.  


 오랜 시간 9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요즘은 1번의 날개도 8번의 날개도 사용하는 것이 에니어그램 속 영향력이며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나의 현상만을 보고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는 행동은 크나큰 우주 속 모래 알갱이 하나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체를 보는 조감도의 시선과, 세포 깊숙한 곳까지 보는 현미경의 시선을 동시에 사용하여 관찰할 때 오묘한 인간의 본성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공개할 것이다. 관찰하되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인정하려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인간 관찰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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