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Jun 18. 2023

글쓰기라는 묘한 희열

욕망을 넘어 성찰로 가는 발걸음

 인간의 글쓰기라는 행위와 무엇인가를 남기려는 욕망은 어둡고 깊은 동굴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살고 있던 터전인 동굴 벽에 오늘 잡지 못했던 큼지막한 사냥감과 열매, 힘들게 잡아 축제를 하던 풍요로웠던 모습, 처음으로 농경을 하는 모습 등 오래 두고 보고 싶었던 상황을 벽화로 또는 암각화로 남겼다. 당시 그들에게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림이나 기호가 문자요,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해 주는 도구였기에 자세한 감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당시의 감정마저도 벽화와 암각화에 남기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혹여 가뭄이나 추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을 때 오래전 남긴 벽화를 보며 풍요로웠던 그때를 회상하며 지금의 고통을 이겨냈을 것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고통을 잊게 만들어 주는 진통제 같다. 고통의 순간마저도 축복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묘한 희열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천연 진통제일지도 모른다. 이런 능력은 글쓰기에 치유의 능력을 더해주어 아팠던 상처와 기억들도 글쓰기를 하며 해묵은 감정들을 쏟아내면 깜쪽같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마음 깊은 곳에 감쳐 두었던 말 못 할 나의 상처와 아픈 기억들을 하나씩 글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 나의 감정과 마주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순간 격해진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오해했던 것일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 대했던 것도 있었기에 마음속 짐으로 남아 있던 해묵은 감정에서 자유를 느끼려고 한다. 이 자유가 주는 희열은 자유를 만끽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정 묘한 감정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이런 묘한 희열에 종종 사로잡힌다. 사실 이 묘한 희열에 중독되면서 글쓰기에 더 매진하는 이유도 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글쓰기로 내 감정과 기억에 자유함을 더해주는 나의 글쓰기를 아무도 없는 고독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직 나와 마주하며 진실한 나를 만나게 해 준다. 나의 느낌과 생각, 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한 표현과 조언을 해주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면 한결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짐을 느끼는데 이것도 글쓰기가 주는 묘한 희열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희열만을 위해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글쓰기를 했을 뿐인데 의도하지 않았던 묘한 희열이 자동적으로 따라온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준 글쓰기는 나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주변을 보면 시선도, 늘 평범하게 보았던 것도 존재의 의미와 특별함을 보게 해 주며, 들리지 않고 들을 수도 없었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 주며 삶의 울림을 준다. 이런 울림은 단순히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 진정한 자신을 보게 하는 성찰의 기쁨을 준다.


 욕망을 넘어 성찰의 시간을 주는 글쓰기는 묘한 희열이라는 매력을 통해 오늘을 사는 나에게 어떤 내일을 살고자 하는지 묻는다. 나는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내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아직 현인들처럼 진정한 성찰과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글쓰기가 주는 치유와 성찰, 회복의 기쁨을 누리며 진정한 희열을 느끼고 있다. 매일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가운데 나는 글쓰기가 주는 묘한 희열을 나만 누리지 않고 주변으로 흘러 보내며, 내 안의 울림을 세상을 향해 울리고 싶다. 나를 글쓰기로 성장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얻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 위에 더 해지는 글쓰기는 삶이 주는 축복을 느끼게 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산자의 법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