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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9. 2023

멘탈의 연금술

성공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힘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군 복무 시절, 2주 동안 진행된 유격 훈련 기간 극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그곳은 오직 호각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얼차려와 열외도 없는 어떤 상황이라도 무조건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온몸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같이 있던 전우들의 응원으로 끝까지 해내는 힘 또한 체험하였다. 아주 좋은 기억이지만 떠 올리면 좋은 기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더 많기에 나도 모르기 기피하는 추억이라, 정말 힘들 때 빼고는 자주 떠 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때만큼 멘탈이 무엇인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배울 수 있는 경험은 없었다.


 지금은 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입사했을 때는 신입사원 교육 과정 중에 담력체험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종의 야간 산행을 하는 것이었다. 운 좋게 입사 2주 전까지 유격을 했던 터라 2시간 예상했던 야간 산행을 1시간도 안 돼서 끝내고 목표지점에 오니, 당시 인사팀 선배님께서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어둡고 무서운 산에서 그 어떤 것도 나를 두렵게 만드는 존재가 없었기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최전방 산길을 수없이 다녔던 경험은 후방의 산실은 오솔길로 보이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밑바닥까지 내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한 번 더 하게 만들었던 멘탈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멘탈이 강하면 이런 일도 있구나를 몸소 체험했다.


 1년이 넘도록 공방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보면 멘탈의 중요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개전 초기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에서 전승 퍼레이드를 하겠다고 말했던 러시아 특별작전부대의 배낭 속에는 전투장비가 아닌 정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전장 상황에서 생존율을 높여주는 전투장비를 휴대하지 않는 러시아 특별작전부대의 멘탈은 일반적인 군인의 상태가 아니었기에 러시아의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세계 군사력 2위의 위상과 전차, 미사일, 전투기 등의 무기도 썩어버린 정신력을 가진 그들에게 자신들의 실상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원하지 않은 동원령에 전장에 배치된 군인들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필승의 각오는커녕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누가 봐도 열세인 상황에서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정신력을 강조하셨던 이순신 장군님이 떠올라 멘탈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게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한 멘탈을 가졌고, 그 멘탈이 주는 힘을 직접 체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스트레스받고, 왜 좌절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스스로 그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보여 나도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군인이 되었지만 힘든 군인으로의 삶을 직접 경험하니 막연한 동경의 참상을 알게 되었고 전역을 함과 동시에 군인의 꿈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군인의 이미지와 나도 모르게 체화된 군인의 말투와 행동을 버리겠다는 의도였지만 좋은 기억마저도 함께 지워버렸다. 미움과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 입사 후 단 한 번도 내 입으로 장교출신이란 말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군 복무 중 나를 성장시킨 힘마저 사라지게 했다. 나이도 어리고 돈도 없었지만, 몸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24살의 나와 다시 마주하고 싶다. 누구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때의 나를 반드시 만나 그 멘탈을 다시 가지고 싶다. 지금 내가 고된 훈련을 이겨낼 자신은 없지만 그때의 멘탈만 있으면 힘은 들겠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소중한 것, 특히 나를 성장시킨 그 무엇을 소홀히 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며 동시에 나를 퇴보시키고 있다. 성장에 대한 열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했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나오는 힘이다. 나는 그것을 이미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았고 지우려고 노력했던 어리석은 나의 모습은 어제로 사라졌다. 오늘부터는 그 강력한 멘탈의 힘을 기억하고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더 강력한 멘탈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훈련하는 나를 통해 미래의 나와 마주할 시간을 기대한다. 지금부터 나는 강력한 멘탈의 소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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