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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1. 2023

비 오는 날

핑곗거리 만들기

 새벽부터 비 오는 소리에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어제부터 비 예보가 있었지만 잠깐 소나기가 내리고 구름이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니 밤부터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원래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비가 오면 체육시간에 자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도 체육복을 입고 갔는데 비 오는 날 체육 활동하냐고 물어보니 체육관에서 한다고 했다. 요즘 참 좋아졌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고등학교 때는 체육관이 있어서 눈치 안 보는 2학년 때는 자유롭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3학년 선배님들은 수능 때문에 체육시간에도 다른 과목을 공부했기에 비 오는 날 체육관은 2학년의 차지였다.


 요즘은 비가 오는 날이 싫은 이유는 허리의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업무가 많아서 치료받으러 병원에 한 번도 못 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비 오는 날에 신기하게 허리가 아프다. 예전 할머니께서 비가 오려고 하면 무릎이 쑤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나한테도 나타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은 건가, 아니면 후유증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허리가 아픈 것은 사실이다. 앉아 있기 힘들어 계속 누워 있다 보니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누워서 글쓰기를 해보았지만 고개를 계속 들고 있어야 해서 허리통증보다 목이 더 아파서 음성으로 글 쓰는 것을 해 보았지만 내 발음이 부정확해서 그런지 오타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 사용하기 쉽지 않다.


 가만히 누워서 다시 생각해 보니 다 핑곗거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면 무슨 상황과 이유가 있더라고 해야 하는 것인데 통증이 있다는 핑곗거리는 만들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만약 혼자서 글쓰기를 했다면 오늘은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통증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좋은 날, 바로 비 오는 날이다. 이 달 말이 되면 장마가 시작될 건데 나는 또 어떤 핑계를 찾을지 지금부터 걱정된다. 회사 근처로 병원을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지만 예약시간을 잘 정하면 업무 중 잠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더워에 잠을 자기 힘들어 수면을 방해하고, 비가 오는 날은 통증으로 앉아 있기 어렵다는 핑계 속에서 나는 자유롭고 싶다. 핑계보다 우선 되는 의지와 열정으로 매일 글쓰기를 하고 싶기에 핑계로부터의 자유함을 누릴 방법을 생각해 본다.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냥 하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일 것 같다. 의도해서 하려고 하면 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의 당연함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누워서 글쓰기를 하는 것도 힘들고, 필사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에 복대를 다시 꺼내야 하나 고민해 본다. 더워서 착용하지 않았던 복대가 글쓰기의 수단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통증 속에서 자신을 다그치는 나를 보면, 전에 함께 글 쓰는 작가님께서 나에게 ‘ 괜찮니??’라고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 계속 생각난다. 앞으로 나는 이 둘 사이에서 중용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 성향 상 핑곗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이 둘 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하려는 의지가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매일 글쓰기를 통해 축척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하루 글쓰기 안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겠지만,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안다. 나는 나를 속이지 않는 진실된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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