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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7. 2023

익숙하지만 낯선 곳

서울이 내게 주는 느낌

 지난 목요일 서울 본사에서 회의가 있어서 서울을 다녀왔다. 공식적으로 하루의 업무에서 배제되는 출장이지만 집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절대 만만치 않다. 일단 비행기 탑승 시간, 지하철 도착 시간을 파악하고 공항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는지 나만의 동선을 적어 본다. 오전 10시 20분 출발하는 비행기니까 늦어도 9시 30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서둘러 아이와 함께 등교하고 출장의 여정을 시작한다.


 평일 김해 공항의 주차장은 결코 한산하지 않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이지만 코로나19로 꽁꽁 쌓여 있었던 여행에 대한 욕망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로, 해외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유 부리면 주차하기 힘들다. 공항검색대를 무사 통과하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주변을 살펴보아도 제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니, 얼마 전 제주 여행을 다녀왔지만 평일에 제주로 가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끼는 이유는 여행은 해도 해도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주기 때문이다.


  약 50분 간의 비행 후 김포공항에 대려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 이동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뛰기 시작하니 나도 덩달아 뛴다.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는 일이 드물기도 하고, 지하철이 들어오는 방송이 나와도 절대 뛰지 않는다. 심지어 신호등이 바뀌는 점멸등이 들어와도 부산 사람은 뛰는 법이 없다. 서울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자동반사적으로 뛰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또 많아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출장 오는데 환승하기 용이한 출입문 번호를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본능처럼 그 번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출퇴근 지옥에서 보낸 시간을 몸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4년 동안 선릉에서 근무하면서 수 없이 다녔던 길을 다시 오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지만 4년이란 시간 동안 변해버린 상점들, 새로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서 잠시 주변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곳은 내가 익숙한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떠나 있던 시간만큼 내게 낯선 곳이기도 하다. 회의 주관부서의 배려로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끝나 다시 김포 공항으로 가는 길은 급행열차의 시간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1분이라도 일찍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출발역과 도착역을 검색한다. 지난번 여의도로 교육받으러 왔을 때 출발역과 도착역을 바꿔서 검색하는 통에 비행기를 놓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더 신중하게 확인한다.


 익숙함이라는 느낌은 시간과 반복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내가 사용하고 내가 다닌 길은 편안하고 눈을 감고도 다닐 만큼 나에게 익숙한 물건이며 공간이 되어 준다. 하지만 나에게 낯선 느낌을 주는 것은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며 처음 오거나 오랜만에 다시 온 곳은 낯설기 때문에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떼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업무시간에 막무가내로 찾아와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던 기억이 있는 카페는 이제 사라졌지만 그 안 좋은 기억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강남 금싸라기 땅 위에 이제 더 이상 내 연고는 없지만 이 길을 지나다녔던 내 발걸음과 여기서 만든 소중한 인연들이 남아 있는 이곳은 익숙함과 낯 섬의 교차점에서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주어서, 익숙함이 넘쳐 나는 나의 집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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