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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26. 2023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마음에 집중하고 마음을 보는 안목으로 본질을 이야기하는 글쓰기

피는 생명이다. 피는 생명의 근원으로 여기는 문화에서는 절대 피를 마시지 않는다. 피를 나눈 형제 사이는 자신의 근원이 같은 관계이다. 피는 생명이기에 인간의 근원이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직 피는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생명의 위대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생명이 되는 피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는데, 골수는 뼈의 안쪽 공간에 위치한 부드러운 조직으로 적혈구, 백혈구와 같은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기관이다. 골수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 대단한 결심이며 생명을 주기 위해 생명을 건다는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골수를 뽑기 위해서는 피부에서부터 골수까지 다다를 수 있는 엄청난 길이의 주사를 사용한다. 엄청난 고통의 순간이기에 치료를 받는 사람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어가는 이 순간이 힘든 이유는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질에 접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골수를 뽑고 나면 주사가 들어가 주변의 피부는 피멍이 든다. 커다란 둔기에 맞은 것처럼 주삿바늘에 비하면 굉장히 넓은 부위에 멍이 드는데 쉽게 회복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더딜 뿐, 놀라운 생명력으로 회복된다. 이는 근원이자 본질인 골수에 이르는 과정이 주변의 것을 희생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새로움을 더해주는 놀라운 과정임을 알게 된다.


 골수를 쪼개는 힘은 생명의 본질을 파해치는 힘이다. 골수를 쪼갠다는 것은 본질의 위치를 아는 것이기에 단단한 뼈와 부드러운 골수를 통해 삶의 딱딱한 순간과 말랑한 순간을 모두 겪어본 사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풍파를 경험해본 이는 본질을 안다. 이처럼 본질을 아는 사람은 지금 당장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난 후, 뒤 돌아보면 축복의 순간이었던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는 것은 본질에 대한 글을 쓰라는 말이다. 글쓰기의 주제, 글감은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하지만 글쓰기의 중심은 무엇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뼈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본질이 없는 글쓰기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본질을 볼 수 있는 안목 가져야 하고, 본질을 경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본질을 이야기하는 글쓰기가 매력적이고 귀하다.


 글쓰기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홀로 고독의 시간과 순간을 맞이하며 세상의 소리보다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마음 깊은 곳의 울림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을 느끼는 순간, 드디어 본질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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