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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8. 2023

누적된 경험

나조차도 모르게 나에게 축척된 능력

 지난 토요일 인사이트 나이트가 진행된 합정동은 태어나 처음 방문한 곳이다. 몇 년의 서울살이를 하면서도 합정동도 가보지 못한 서울촌놈인 내가 서울을 떠나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산지도 30년이 넘었다. 중간에 4년 정도 서울에 다시 올라왔지만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용인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서울은 태어난 곳이지만 낯선 곳이 되어 버렸다.


 행사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기에 힙한 동네인 합정역 골목을 다니면서 상권 분석을 해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쯤에 편의점 하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편의점이 눈에 보이며, 스타벅스는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유는 나조차도 모르는 나만의 신기한 능력이다. 스타벅스는 초창기에는 상권 내 도미넌트를 형성하기 위해 대부분 접근성과 시계성이 좋은 대로변, 지하철 출입구에 출점해 있고 최근 5~6년 전부터는 드라이브스루(DT) 점포 출점에 집중했기 때문에 합정역에는 당연히 대로변에 출점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합정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직선거리로 몇 분 걸으니 건너편에 서교동사거리점이 눈에 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집인 스타벅스를 자주 다녔기에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능력이다. 자주 다니다 보면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출점전략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자주 반복되는 경험은 신비한 능력을 선물한다.


 지도앱을 사용하면 모르는 길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나는 지도 보는 법, 독도법을 군대에서 배웠다. 물론 군사용 지도는 축적이 조금 다르지만 생존과 관련된 목적으로 배운 독도법은 사회에서도 엄청 유용하게 쓰인다. 지도를 보면 눈앞에 지형이 그려지고 대충 이 정도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곳에 내가 찾던 목표가 있다. 초행길인 것을 알고 있던 작가님이 어떻게 찾아왔냐는 질문에 ‘경험으로 쉽게 찾았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누적된 경험 때문이었다.


 오늘 읽은 <헌드레드>라는 책에서도 100번 반복함으로 얻게 되는 신비한 체험처럼 과거의 내가 별 의미 없이 했던 수많은 반복된 행동들이 축척된 경험은 스타벅스를 쉽게 찾고, 지도를 보면 한 번에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하였다. 단순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항상성으로 새로움을 거부하는 나에게 축척의 힘을 익히게 해주는 마법이다.


https://brunch.co.kr/@ilikebook/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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