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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8. 2023

바다를 건넌 가야인

동경과 단절의 대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김해평야가 있어서 옛날 김해가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수로왕릉과 대성동유적지, 봉황동유적지가 있는 곳에는 해반천이라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이곳은 과거 고 김해만이라는 곳이었다는 사실이 땅속 깊이 숨겨져 있던 유물의 발견으로 밝혀졌다. 바로 봉황동 유적지에서 발견된 목선으로 인해 이곳이 바다였고, 찬란한 철기 문화를 누리던 가야인들은 철기 생산과 함께 중국, 삼한, 왜를 연결하는 삼각무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청동기 시대에 핵심적인 문화가 청동기 제련술이라면 고대 시대에서는 '불의 길'로 알려진 철기 문화의 유입 경로와 철기 제련술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현재 국립김해박물관 뒤편 작은 언덕인 구지봉의 난생설화로 건국된 가락국은 중앙집권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연맹체국가로의 한계를 보이며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일부는 김유신 장군의 가문처럼 신라에 편입되거나 인근 연맹체로 흡수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수준 높은 철기 문화를 누렸던 가야인의 자존심은 신라인에게 쉽게 무릎을 꿇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북방 고구려의 개마무사처럼 인근 국가에 위협적이며 두려움을 주는  철기문화를 소유하고 있고, 지금과 비교하면 반도체 기술처럼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장인들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았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특히 가야와 무역을 했던 국가 중 가야보다 덜 발전된 곳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국가의 멸망 앞에서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금관가야의 유민들은 과거 자신의 무역선을 타고 교역이 아닌 이주를 위한 길에 몸을 실었다. 고대 가야인들의 시선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자 동시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갈 수 없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절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미 멸망하고 사라진 국가를 뒤로하고 새로운 땅으로 자신들의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떠나는 발걸음은 쉽지 않았겠지만 그것은 낯선 땅에서 새로운 가야를 건국하는 일이 되었다. 도래인으로 불리던 이주민들은 당시 야마토족에게 선진문물인 철기문화와 가야의 토기문화를 전수해 주었고 야마토문명으로 발전하는데 일조했으며 낯선 땅 일본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에서 정착민의 모습이 아닌 이주민인 가야인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디 그들의 땅이 아닌 곳에 그들의 문화가 있다면 첫째 문화가 유래되었거나, 둘째 문화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주했거나, 마지막으로 교역으로 인해 물건이 이동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대성동 고분군에서도 유리구슬이나 오키나와에서만 서식하는 조개껍질을 통해 고대 국가 사이의 교역품이 존재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바현 야마쿠라 1호분에서 출토된 하니와는 분명 이주민의 모습, 즉 가야인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입었던 위복과 방식들은 열도의 것이 아닌 삼한의 것이었기에 더욱더 가야인이 바다를 건넜음을 확인할 수 있고 그곳에서 정착하여 상당히 높은 신분을 유지했음도 알게 한다.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북규수 지방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유물들이 고대부터 지속적인 교역이 있었음을 알게 하며 동시에 일본인이 자랑하는 야마토 문명의 토대에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가야인의 '불의 길'을 아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물의 길'을 아는 엄청난 문명인의 흔적이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은 유물로 확인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 유물로 그것에 대한 관심이 있고 그것을 아는 지식이 있어야 소중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뿌리를 알지 못하고 미래를 운운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기에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알고 정확하게 알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외침과 도굴,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역사적 유물은 끝내 우리에게 과거의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물을 통해서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잊었던 힘과 근원을 알아야 한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철기 문화와 조선 문화를 사용하는 문명인이 지배했던 위대한 땅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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