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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30. 2023

38.7도

2도의 차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아픈 것이 확실하다.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면 긴장하는 이유이다. 아이가 아프다. 요즘 유행하는 열독감이라고 한다. 아이가 아프면 모든 것이 정지되는 느낌이다. 아내가 어제 병원을 데리고 가서 진찰받고 약을 받아왔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언제 열이 끓어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는 방과 후를 하지 않고 일찍 집에 와서 나름 해방감에 취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방심했나 보다. 체온계로 온도를 측정해 보니 38.7도이다. 숫자를 본 순간 응급실에 가야 하나 고민을 해보았지만, 병원을 유독 싫어하는 아이라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어제 받아온 해열제를 다시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체온이 떨어지기를 바라본다.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가 안쓰럽기만 하지만 무표정 뒤 무서움을 장착하고 있는 나를 피해 순둥이 아내에게 온갖 짜증을 방출한다. 평소 같으면 짜증 낼 때 훈육을 하지만 아프니까 프리 패스가 적용된다. 솔직히 귀엽기만 하다. 그래도 견딜만하니까 짜증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안쓰럽다.


 몇 번의 골정상 빼고는 크게 병치레를 하지 않았던 나의 유년 시절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고열이 있었을 때 부모님은 어떻게 하셨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린이 전용 해열제가 상비약으로 준비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정상 체온으로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참 감사할 뿐이다.


 젖은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시고 자장가를 불러주셨던 것이 생각나는데 몸에 묻은 물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어주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민간요법이 모두가 비과학적이라는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아이에게도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니 다리가 춥다며 그만하라고 한다. 나는 아직 부모님의 스킬보다 부족한 것 같다.


 잠시 책을 보다 조용해졌길래 아이방에 가보니 그새 잠들어 있다. 조심스럽게 온도를 측정하니 1도 정도 떨어진 37.6도이다. 1시간 뒤에 다시 측정해 봐야겠지만 온도가 떨어져서 참 다행이다. 인간은 위대하고 강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체온이 1도만 올라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민한 동물이다. 특히 39도 이상 고온에서는 뇌를 포함한 내부장기가 손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온도에 정말 민감이다. 그래서 인간의 체온은 36.5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나는 나의 삶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게으른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항상성이 아닌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으로 오는 나에게 주어진 86,400초를 어떻게 보낼지 항상 고민하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나의 항상성이 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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