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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5. 2023

호모 루덴스

아빠와 함께 놀기를 원하는 아이의 소원

 아내와 나의 성향은 정반대이다. 나는 전형적인 집돌이이고 아내는 집에 오래 있으면 몸이 아파지는 사람이다. 아내와 나의 유전자를 반반 물려받고 태어난 아이는 신기하게 나와 아내의 성향을 반씩 물려받았다.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좋아하는 중립적인 성향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화가가 꿈인 아이는 직접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특히 도안을 출력해서 직접 만들기 놀이를 좋아하는데 소원이 놀이터는 아이의 최애 놀이이다. 직접 채색을 한 소원이 편의점은 아이가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만든 작품으로 손코팅지가 없어서 테이프로 하나하나 붙여서 만들었다. 나의 테이프 디스펜서가 어느덧 아이 방에 놓여 있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이의 놀이 도구로 잘 사용되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아이의 놀이에 더 전문성을 주고 싶어서 아내와 상의 없이 코팅기를 구매했다. 아내는 사서 고생이다라고 말했지만 이왕 하는 거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좋아서 과감하게 행동했다. 열을 가해 코딩하는 것이라 화상에 주의해야 하지만 손코팅지보다 확실하게 코팅되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일 맘에 드는 이유는 아이가 고생해서 만든 아이의 작품이 오래 동안 보관되고, 놀잇감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 구매한 무한충전 잉크 카트리지 프린터가 있기에 집에 있기를 원하는 날이면 아이와 나는 원하는 도안을 찾고 출력한 후 코팅하여 새로운 작품이자 놀잇감을 만들 것이다. 아이가 언제까지 나와 놀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유희에 함께 하며, 아이가 호모 루덴스(노는 인간) 임을 발견하는 귀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뒤돌아서면 훌쩍 자라 버린 아이의 시간 앞에서 나의 시간이 빨리 감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보다 확실하고 질 높게 놀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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