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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0. 2023

나의 점심시간

밥보다 소중한 것

 회사에서 내규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점심시간은 12시에서 오후 1시까지 1시간 주어진다. 혼란함을 막기 위해 12시 30분에서 1시 30분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1시간을 넘지는 않는다. ‘유퀴즈’에 출연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점심시간이 2시간이라고 한 적도 있지만 아쉽게도 나의 점심시간은 단 1시간뿐이다.


 군 복무 중에서 점심시간은 1시간이었다. 배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정도로 실제 밥을 먹은 시간은 10분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밥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현미채식을 하고부터는 현미의 식감 덕분에 과거의 속도로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예전에는 밥을 빨리 먹고 잠을 자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며 하루 중 유일한 휴식시간을 만끽하려고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도시락을 싸서 다녔기 때문에 사무실 소회의실은 나의 전용 점심 공간이 되었고 밥 먹으면서 책 읽기나 글쓰기를 하면서 보냈다. 올바른 식습관은 아니지만 입은 음식물을 씹으면서 눈으로는 책을 보거나 손으로는 글쓰기를 하는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1시간이란 점심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몇 달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심시간에 보다 생산적이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은 욕망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점심을 늦게 먹는다. 저녁을 안 먹기 시작하면서 오후 7시 무렵부터 찾아오는 엄청난 공복감을 이겨내기 위한 나름의 방법으로 점심을 오후 3시에 먹고 있다. 물론 여전히 온전하게 점심만을 먹지는 않는데 유부현미밥 같은 것은 운전하면서 신호대기 중에 먹기도 하고, 간단하게 삶은 감자나 고구마 또는 과일을 먹기도 한다. 아무래도 먹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허기만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만 먹으려고 한다.


대신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올해의 목표를 이루고 싶은 간절함으로 나만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미식물식을 하면서 일반적인 음식점에 가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지 않기에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더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감내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어떤 사람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 사람도 있었고, 1시간 동안 헬스클럽에 가서 운영을 한 후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유난 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내가 유난을 떨면서 나만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별나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귀한 시간이자 동시에 인생 가운데 축적하며 나를 성장의 길로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됨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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