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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0. 2023

먹태깡 이게 뭐라고

유행을 보는 안목

 요즘처럼 불황이라는 단어가 온 유통가를 흔드는 시절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황이라는 키워드가 유통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내 월급 빼고는 모두 오르는 이런 시기에 안 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 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코로나19 동안 특수를 누렸던 배달 시장도 수요가 급감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한 때 배달을 하면서도 스트레스 안 받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은 이제 과거형이 되어 버렸고 배달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는 과도한 배달비까지 부담하면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더 이상 편리함이 아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통가에서는 1+1 행사를 하는 상품이 정말 많이 판매된다. 유통 채널마다 수익 구조가 다르겠지만 편의점에서 1+1 행사 상품은 모두에게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해 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1+1 행사를 하는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불렸던 점심시간에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던 행복한 상상은 이제 직장인의 지갑 사정을 위협하는 런치플레이션으로 다가왔으며 이로 인해 점심시간에 음식점이 붐비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불황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모든 지출에 대해 지갑을 닺은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출을 하기도 한다. 한 예로 ‘점보 도시락라면’은 판매가 보다 웃돈을 주며 중고장터에서 거래되기도 하고, 요즘 스낵시장에 활기를 주고 있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되는 신상품인 ‘먹태깡’이 그 위세를 넘겨받아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으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스낵 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을 한 번 경험했는데 바로 ‘허니버터칩’의 사례이다. 달콤한 감자칩인 이 상품은 유명세를 타며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있었지만 이 상품을 출시한 제조사는 그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당연히 제한적인 상품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상품의 가치는 올라갔고 온 동네 편의점을 돌면서 이것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편의점 근무자들이 먼저 구매하거나 숨긴다는 루머가 돌기도 해, 괜한 사람들이 오해받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먹태깡’의 품귀현상 속에서 현명한 소비자들은 편의점 회사 어플의 점포별 재고를 확인하며 과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의미 없는 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있는 점포를 방문하여 확실한 상황을 찾고 있는 과거와는 다른 소비 형태를 보여준다. 소비 욕망을 해결해 주는 확실한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들보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소비를 하는 주도적인 소비자의 등장으로 아는 사람만이 확실한 소비를 하는 품귀 현상에 대응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오랜 시간 스낵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새우깡‘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출시했다는 ’먹태깡‘이 뭐라고 이렇게 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현대 소비 사회에서 다른 사람은 없는데 나는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과 화제의 대상이 되기에 더욱더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더욱이 수요는 많으나 턱없이 부족한 공급 상황이 이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보니 ’ 먹태깡‘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예견할 수 있는 안목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먹태깡’의 유행을 보는 안목이 있었다면 불확실함 속에서 재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행보를 했을 것이고, 그 과감함은 불확실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로 품귀현상 속에서 입가의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주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상품이 어떤 선택을 받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설령 안 팔리면 내가 ‘먹태깡’을 다 먹어버리겠다는 과감한 결단으로 생산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품귀현상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소비자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운 좋게 ‘먹태깡’을 하나 구했다. 먹지도 않는 것을 샀다는 죄책감보다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나는 가지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트렁크에 던져 두고 가방을 꺼낼 때마다 자랑하고 싶은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상품이다. 소비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마케터의 안목이 무엇보다 필요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유통가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느끼고 있다. 나도 인생에서 이런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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