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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8. 2023

헌드레드

100번 반복하면 알게 되는 것들

정말 철없던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100점, 대학교 대학원에서는 4.5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성적 증명서에는 남지만 졸업장에는 보이지 않는 점수와 학점만을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우수 졸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점수와 학점이 배움의 전부인 양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그 흔한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지 못하고 배낭여행도 다녀오지 못한 대신 8학기 연속으로 졸업한 나는 점수를 잘 받는 비법을 익혔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몸으로 움직이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군대에 가서도 평가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훈련과 평가가 많은 곳이었고 특히 항상 1등 만을 하던 곳이라 더욱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찾고 항상 100점 만을 위해 노력했다.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포상을 위한 100점 받는 것은 몇 번의 휴가와 유사한 대회만 있으면 내가 파견되는 독점 현상을 선사하였고, 그중 워 게임(War-game) 파견은 가상이지만 전장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시는 해볼 수 없는 정말 특수한 경험이었다. 워 게이머로 100점을 받기 위함이 아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관련 규범이나 사용법을 익히고 비번일 때도 나와 선배님들 하는 노하우를 어깨너머로 배우며 진심으로 임했다. 이때 배운 것은 아무리 모르고 할 줄 모른다고 해도 수없이 반복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100점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나는 100번의 중요성보다는 몇 번 안 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꼼수에 집중하였고 이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고 본질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한번 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굳이 배워야 할 필요성도 없으며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헬리콥터 조정을 할 줄 모르는지만 사용 매뉴얼을 다운로드하여 처음 하는 행동도 베테랑처럼 능숙하게 하는 달콤한 상상은 배움의 묘미와 희열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인간은 무지에서 배움의 단계로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을 하게 된다. 동굴 밖으로 나가기 두려웠던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을 만들어 보다 편리하고 인간을 위하지만 결국 인간을 위하는 것이 아닌 역설적인 미래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 가운데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은 로봇과 기계의 자동화로 대체하려고 하지만 그 안에 핵심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100번 반복하면서 체득되는 단순한 진리 속에서 성장의 씨앗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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