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Jun 27. 2023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

 대한민국 3대 거짓말이 있다. 결혼적령기의 여성이 말하는 “ 저 결혼 안 할 거예요.”, 시장의 상인이 말하는 “ 밑지고 팝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할머니가 말하는 “ 얼른 죽어야지.”라는 말들은 말하는 의도와는 반대를 뜻하는 반어의 개념으로  부정을 통해 강한 긍정을 나타낸다. 오히려 반대의 상황을 상대방이 말해주도록 갈구하는 속마음이 담겨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마음속으로는 진정으로 갈구하지만, 다른 사람의 지지가 있으면 겉으로는 부정하지만 속으로는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일 것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만큼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그 누구도 사라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디 사라져 가는 존재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텔로미어(Telomere)’라는 말단소체를 발견하면서부터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담겨 있는 DNA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짧아지면서 우리의 존재가 누리는 생명의 시간도 점점 단축된다.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았던 고대의 시간부터 인간은 이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영생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불로장생과 영원한 삶을 꿈꿔왔다. 거대한 무덤을 만들고 미라가 되어 보기도 했지만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자신을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인간도 한 없이 작음을 느꼈을 때, 사라져 가는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은 사라져 가고, 또 다른 존재들이 나타났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 말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마주하면서 수없이 많은 결정 앞에서 모든 인간은 어떤 존재로 살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 고민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결정이 바로 정답이 된다. 고민의 양과 깊이가 존재로써의 가치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기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사춘기의 시간도 소중하며, 자신의 미래를 앞두고 불안해하며 앞날 걱정하는 20대의 시간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함이 넘처나는 시절이다. 이 고민과 걱정이 더없이 가치로운 존재로서 어떤 인생의 시간을 보낼지 도와줄 것이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좋은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저 말없이 뒤에서 바라보며 자신 스스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일이 언젠가 우리 부부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아이에게 예행연습 같은 것이다. 나의 편협하고 상처받은 기분과 감정이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로서, 이미 존재만으로 빛나고 있는 나로서 충실한 시간을 누려야겠다. 이미 나는 존재만으로 빛나는 존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하지 말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