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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3. 2023

마음 가면

공감, 용기, 관계의 촉매 작용

누구나 약점은 있고 실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 조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의 1번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완벽을 추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완벽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의 과거 선사시대에 동굴 밖으로 나서려고 했을 때 인간을 위협하는 맹수에 비해 피부를 보호하는 털도 없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으며 빠르게 뛸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인간은 수많은 취약성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여 동물을 사냥하고 그들을 가축화하여 육식을 즐기는 강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피부에 털이 자란다던가, 뾰족한 송곳니를 가지게 된 것도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게 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은 본연의 모습으로 어두운 동굴을 뒤로하고 밝은 굴 밖으로 나오도록 만든 용기에서 인간의 강자가 되는 모습은 시작한다. 동물에 비해 육체적으로 나약함은 인정하고 동물이 쫓아오면 죽을힘을 다해 도망갈 것을 염두에 두고 불안한 눈동자로 주위를 살피며 먹을 것을 하나씩 채집했다. 운이 좋으면 큰 열매를 딸 수 있었고 작은 짐승도 잡을 수 있었지만 언제나 불안했던 인간의 모습은 이제 작은 성공을 이루면서 점점 자신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부터 도망가며 물가에 비친 약하디 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치심을 느꼈던 인간이 수치심을 이길 수 없어 눈물을 닦아 주는 가족의 손길 끝에 있는 공감을 느끼며 사냥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뛰어넘어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협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흰자위가 발달하게 된 것도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도 여러 명이 모이면 강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인간은 협력이라는 연결에 의해 강한 존재가 되고 자신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게 했던 존재에게 이제는 그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동안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듯이 잔인하게 그들을 짓밟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여주며 이제는 동물이 수치심을 느끼고 인간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주변에 있는 인간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그 손을 마주 잡으면서 함께 있어 용감하고 강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온 마음을 다해 사는 존재가 되었고 동물을 지배하며 자연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공감을 하는 인간은 더 이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고, 인간의 취약성이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더 이상의 위협이 사라진 요즘 인간은 공감을 잃어버리면서 다시 수치심을 느끼고 있고 불안에 떨며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손을 잡아 주지 않는 옆 사람을 보며 관계의 단절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수치심은 인간의 취약성을 만 천하에 드러내며 불안과 두려움을 만들기에 용기, 공감, 관계의 촉매 작용을 통해 다시 온 마음을 다해 사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지침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오늘의 충실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는 다시 한번 수치심을 이겨내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가면을 벗어던져 버리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용기로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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