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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4. 2023

DQ 디지털 지능

디지털 세상 속 생각하는 힘과 자유 의지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가지게 된 핸드폰, 당시 한국이동통신이라는 지금은 사라져 버린 회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네모난 검은색 물건은 밤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설레게 했다.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방에서 전화할 수 있고 걸어가면서도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하였다. 당시 나는 20살이 넘었으니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철없이 불필요한 전화를 여기저기 하면서 10만 원이 훌쩍 넘는 전화 요금이 나온 적도 있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이제 교복을 벗은 대학교 1학년이 마치 사업을 하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얼리어답터로 보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핸드폰은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것 이외에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등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나의 일상 속 중요한 역할하는 존재가 되었다.


 모두가 기억하는 세기의 프레젠테이션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출시를 보면서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두고 참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생소한 리퍼 정책과 배터리 탈착이 안 되는 이유로 갤럭시 모델을 선택하여 10년이 넘도록 사용했지만 보다 다양한 앱이 있는 아이폰을 이용한 지도 이제 5년이 다 되어 간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ios 간 클라우딩 서비스를 이용하여 참 편하게 공유하고, 두꺼운 PDF 파일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에서도 해방되었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연락을 위한 기능을 넘어 내 손 위에서 모든 것을 연결해 주는 마법사가 되었고, 이제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배고플 땐 음식 주문도 하고, 심심하면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스마트폰은 편리함과 유희를 주는 동시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과 자유 의지도 점점 박탈해 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참 유용한 도구로 지금도 스마트폰과 키보드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은행 업무, 해외여행 시 지도검색 등 적재적소에서 편리함을 주는 이 도구는 모두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이 등교를 함께 하며 마주치는 학생들의 손에는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고, 심지어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걸어가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두 손의 자유를 얻어 도구를 쥐거나, 물건을 드는 등 양손을 사용하면서 다른 개체와는 차별점을 보여왔다. 이제 인간의 손 위를 점령한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존재가 달라짐은 느낀다.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은 요즘, 우리 아이도 저녁 시간이나 주말이 되면 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아직 자신의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인폴루션의 무서움을 모르는 나이이기에 시청 시간의 제한을 두지만 정말 쉽지 않은 논쟁이 되어 버린다. 그만 보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표정은 굳어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10분만 더 보겠다고 말하기를 서너 번 하고 나면 그 짜증 섞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이가 아닌 내가 된다. 편안한 잠자리가 아닌 가족 모두가 불편한 잠자리를 가지며 방금 전까지 시청한 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려 잠도 잘 오질 않게 된다. 겨우 잠든 아이는 내일 분명 늦잠을 잘 것이며, 또 아침에 작은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의 욕망을 자극하는 작은 스마트폰 액정 속에 갇혀 버리게 하는 유혹을 쉽게 이겨내기란 어른들도 하기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쳐버리면 아이는 디지털에 종속될지도 모른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과 풍요로움 이면의 것을 보아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사용하지 않게 만들고, 자기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검색하게 만드는 의존적인 성향과 홀로 있음을 괴로워하는 고립 상황을 위로해 주는 수단이 아닌 중독시켜 가는 현상을 판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키워야 한다. ‘인폴루션(정보공해)’는 나와 아이의 마음과 정신을 해롭게 하고 있음을 알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익히고, 그것을 활용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하는 힘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한다. 생각하기에 인간이며, 그 생각이 지금의 디지털 환경을 만들었지만, 다시 그 주도권을 인간이 가져와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으로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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