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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4. 2023

냉전의 벽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넘어 평화를 지키는 울타리로

하야리아 부대가 있던 부지 반환으로 시위를 하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제 부산에서는 하야리아 부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곳은 부산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 원래 부산에 거주하던 사람들과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 부산항을 통해 상륙한 유엔군 등 부산은 엄청나게 복잡하던 도시였다. 안 그래도 산이 많은 지형인데 사람이 몰려들어 피난촌을 이루고 살다 보니 어느새 비정상적인 주거지역이 형성되었고, 교통망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기에 부산은 엄청난 운전 기술이 없이는 차선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한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부산은 교통 천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가끔 하고는 한다.


 나는 한국전쟁의 겪거나 영향을 받은 세대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에 태어나신 아버지로부터 전후의 처참한 상황과 오로지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시대 속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쟁의 잔혹함을 겨우 알 수 있었다. 반공에 대한 웅변대회와 포스터 경진 대회에 참여하면서 이유도 없이 공산당은 이 땅 위에서 없어져야 할 버러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군 복무 중 군사분계선에서 마주한 북한군을 보면서 그들도 나를 아무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저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정작 왜 겨누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언제든 사격할 수 있는 상태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군 복무 중에도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당연히 우수한 무기와 정신력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 보직에 부여된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시 전방부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던 K9 선더는 어느새 우리 군의 막강 화력을 담당하는 표방부의 주력이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가격 대비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로 인정받아 한국전쟁 당시 전차 한 대도 없던 무기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사 방산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현대전의 중심이 되는 전투기와 이지스함, 그리고 항공모함 건조까지 추진하려고 하는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동북아를 넘어 보유 전차 수로만 따지면 유럽연합의 전차 수보다 많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첨단 무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전무퇴의 정신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력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채워진 정신력이다. 과거 조선통신사 활동으로 일본의 야욕을 미리 알았으나 정당의 다툼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국가의 이익을 챙기지 못했던 임진왜란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음에도 무시했던 조선의 당파 싸움은 이제 그만하고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세계 어떤 나라도 다시는 이 땅을 위협하지 못하게 만드는 국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전쟁은 끝난 것이 아닌 휴전 중이며, 이 땅은 정전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점점 단축되는 복무 기간처럼 국방의 의무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 보다 강력한 의무감으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특급 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분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원한다. 국민 모두가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외세의 무력도발을 원점까지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된다면 굳이 이순신 장군님 같은 분이 나오지 않으셔도 될 것이다.


 이 땅 깊은 속에 간직되어 있는 냉전의 흔적과 군사분계선에 보이지 않는 냉전의 벽은 이제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다툼이 아닌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방어벽이자 안전 펜스로 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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