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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7. 2023

혼자와 함께 사이

관계로부터 배우는 인생의 진리

 군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유년기부터 생생기 기억하고 있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이사만 5번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새로운 환경에 나름 잘 적응하고 낯선 곳에서도 주눅 들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곧 이사 갈 것을 알기에 짧게 머무르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버지의 전역과 동시에 부산에서 직장을 잡으시며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이사했고 부산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산 사투리 속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나는 친구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친구가 좋아도 나에게 독이 된다고 생각하면 관계를 끊어 버린다. 나의 감정과 마음을 생각해 주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가 목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어제까지 잘 지냈지만 해묵은 감정의 다툼 이후 매정할 정도로 모른척하고는 했다. 물론 좋은 이별은 아니었지만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했기에 관계를 정리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는 했다.


 나에게 있어서 인맥은 넓은 것보다는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자주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동안 나를 알고 나도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특히 나의 10대와 20대를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가족 이상의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 주위에 몇 명 남지 않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철없던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성숙한 사람의 모습과 함께 그런 내 모습까지도 이해하며 포용해 준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낄 뿐이다.


 인간은 태어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자연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존재이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과 형제를 만나고 죽음으로 그들과 이별하게 된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처럼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한 대접을 받는다. 그 누구도 이런 대접이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죽음을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이며, 영원한 생명을 꿈꾸지만 지금까지 어떤 노력도 그 욕망을 채워주지 못했다.


 사회적 동물은 인간을 홀로 있는 외로움과 어려움 속에서 주변의 대상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연과 싸우며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오고 있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며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갈등은 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촉진하는 이별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와 내 부모님과의 관계를 포함한 원 가족과 나와 내 배우자, 그리고 나의 자녀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나에게 주어진  역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 속에서 현명한 대처를 한다면 갈등으로 인해 더 깊고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올바른 대처를 못한다면 관계는 산산이 깨어지고 서로를 불신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은 없고 가장 최선의 답을 서로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법률대리인의 도움도 결정적인 관계 회복의 열쇠가 될 수는 없다. 오직 자신의 의지와 결정만이 관계의 중심이자 동시에 관계의 미래일 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없기에,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내 안을 채우는 자애가 관계 속에서 자신감을 주고 자력으로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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