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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3. 2023

읽고 쓰고 내가 됩니다

단어의 묘미

 “YOU”라는 단어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적어도 10만 번 이상 적고 사용해 봐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비단 영단어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든 단어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말을 처음 할 때 가만히 지켜보니 늘 사용하는 단어가 똑같거나 비슷했는데 그 이유가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수가 많이 않았기 때문이며, 지금은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말이 많은 이유도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도 해외여행할 때 간단한 단어만 사용해서 귀신같이 알아듣는 상대방의 능력은 배려와 그 상황이 주는 단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단어를 연상하게 만들어주는 보디랭귀지까지 더 해진다면 단어 하나와 보디랭귀지로 매끄러운 대화는 하기 어렵겠지만 의사소통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있어서 보디랭귀지를 사용하는 빈도도 많이 감소하였다.


 가족들과 스위스 여행을 갔을 때 단어 하나의 힘을 체험한 적이 있다. 렌터카를 빌려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출발하여 알프스 산맥을 넘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다가 다시 프랑스 서부를 거쳐 베른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오랜 운전으로 긴장이 풀렸는지 주차를 하다 도로 경계석에 타이어가 쓸렸는데 그만 터지고 말았다. 급하게 보험 접수를 하고 2시간 정도 기다리니 견인차가 와서 겨우 근처 정비소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비소의 사장님은 독일어만 하실 줄 알아서 대사관 통역 서비스를 해서야 동일한 타이어가 지금은 없고 2주 기다리면 교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 독일어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아는 독일어는 독일 인사와 der ded dem den 밖에는 없었다. 문득 생각나는 단어가 피아노 배울 때 들었던 아리에타(작은 아리아라는 독일어)가 생각나서 혼잣말을 하니 그 사장님은 아리에타라고 하시면 오페라 음악을 틀어주셨다. 그러고는 내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유창한 독일어로 그 오페라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미소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셔서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굳이 타이어를 교체하지 말고 렌터카를 교체할 수 있다는 팀을 알려주셔서 근처에 있는 렌터카 회사를 방문해서 6일간 정들었던 차를 교체하고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단어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개개인 별로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자신만의 단어가 있다. 나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서 군대 관련 단어만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는 한다. 또한 책과 문구, 전기차 이야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관심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 단어가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문장과 문단이 나를 알게 해주는 글이 되며, 그것으로 나와 같은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단어를 통해 연결되는 힘은 참 매력적인 영역의 확장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단어를 사용하는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며 동시에 내일의 나도 아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의 나일뿐이다. 지금 내 안에 있는 단어는 나를 나타내고 나를 표현해 주는 나만의 단어이며 그것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최근 그림책방 dear에서 진행한 ‘심야 책방 3탄’ 과정에 참여하면서 나의 인생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단어, ‘연결’이 점점 나의 인생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어제의 나로부터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까지 연결되는 모든 과정과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연결’이란 단어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와 오늘은 나는 동일하지 않으며, 마찬가지고 오늘의 나와 내일은 나는 서로 다른 존재이다. 이러한 다름을 성장으로 승화시켜 주는 ‘연결’이란  나의 인생 단어를 통해 나는 미지근함의 예술적 경지를 맛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연결’이란 단어의 묘미를 느끼면서 단어로부터 시작한 호모 로퀜스(Homo loquen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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