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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8. 2023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글쓰기라는 묘한 희열

나는 이과생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와 이과로 구별되고부터는 지금까지 이과생의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첫 대학 전공도 이과로 과학적 사고와 검증을 통해 실험적인 결과물로 타당성을 추구하는 전공이었기에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한 문장보다는 단 한 줄의 요약 또는 수식,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진으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다독가가 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소년소녀 위인전 전집을 소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책을 보다가 이제는 점점 애독자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나는 문학적인 소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집중하고 있다. 나의 글쓰기는 단지 내 생각의 표현이자, 결과물이기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심지어 문법이나 맞춤법도 틀릴 수 있는 불완전한 상태임을 부정할 수 없다. 퇴고를 하면 보다 완전한 상태로 변하겠지만 퇴고의 매운맛을 본 이후에 퇴고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괴로움을 더해진다. 하지만 진정한 글쓰기는 퇴고로부터 나오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것을 인정한다. 퇴고가 주는 고통마저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퇴고를 통해 완성되는 글쓰기를 한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미학은 참 중독적이며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임을 느끼게 한다.


 이과생의 습관과 재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한다. 따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글쓰기를 함으로써 글쓰기를 매일 배우고 있기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는 루틴을 만들고 있다. 글쓰기 루틴은 견고해 보이지만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금세 무너져 버리는 공든 탑이 될 수 있기에 매일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듯이 글쓰기도 마음만 먹으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책상 앞에 앉은 사람에게 허용되는 최고의 유희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감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글쓰기의 소재가 되는 글감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기에, 일상 속의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필요하다. 모두가 그냥 보고 지나쳐도 오직 작가의 눈만 지나칠 수 없는 그 무엇에게 의미를 부여함으로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작가의 시선은 흙 속의 진주를 캐내는 작가만의 능력이다. 이 능력을 사용하여 일상의 모든 것을 글감으로 만들고 글쓰기를 하게 되면 모든 것이 특별해지는 마법을 느끼게 된다.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과정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 이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로 남는다.

- 제럴드 브레넌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분량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란 군대의 격언처럼 숙달될 때까지 무한 반복함으로 체득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나의 글쓰기도 지금보다 자연스럽게 쓰일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변명과 핑계를 뒤로하고 매일 글쓰기를 하는 습관이 나를 작가의 길로 인도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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