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조아의 변함없는 루틴
책 읽기와 글쓰기 포스팅을 하면서 기존 사용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였었다. 그전까지는 열심히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인친과 페친들에게 간간히 나의 생존 소식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계정이었다. 책에 대한 사진을 올리니 내 지인들의 좋아요 반응이 너무 좋았고 그 반응을 기대하며 업로드한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땐 나도 관종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나의 콘텐츠에 반응을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다.
글루틴 프로젝트를 하면서 주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콘텐츠가 나의 인스타그램에 쌓이면서 계정의 정체성이 혼동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계정을 만들었고 한 동안은 기존 계정과 추가로 많은 계정에 동시에 업로드하였다. 물론 내 지인들은 추가로 만든 별도의 계정의 존재를 모른다. 전체 공개하였기 때문에 알 수도 있겠지만 나의 지인들을 팔로우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방문을 하시는 것 같다.
생산된 콘텐츠를 분리해서 업로드하니 지인 중 한 명이 이제 책 안 읽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나와 나의 일상은 변한 것이 없다. 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을 뿐이다. ‘수불석권’이란 말이 가능할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읽든 안 읽든 늘 책을 가지고 다니고, 별일 없으면 도서관에 매일 가려고 한다. 늘 농담처럼 하던 '도서관 귀신'이 되기 위해서 도서관 가는 행위 자체를 즐기려고 하며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는 도서관만 한 피서지도 없기 때문이다.
'300'이란 숫자를 보면 늘 스파르타를 배경으로 한 300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도시 국가 스파르타의 최정예 군인 300명의 도전을 그린 영화로 누가 봐도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국가와 가족,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었다. 페르시아의 침공 소식을 알리는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적을 물리치고 협곡을 지켜냈다. 평소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이 세상 어떤 군인들보다 용맹하고 전투기술이 좋았다던 스파르타 남자들이 자신을 죽임을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무모함은 당시 인근 국가들의 결속을 이끌어내는 도화선이 되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도 스파르타의 용사처럼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목숨을 걸었다. 또한 '불광불급'이란 말처럼 어떤 경지에 이르고자 한다면 그것에 미쳐야만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미쳐 있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300개의 콘텐츠는 스파르타 300명의 용사처럼 나의 세계를 굳건히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이다. 매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다 보면 400개, 500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겠지만 '300'이란 숫자보다 더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 게으름과 핑계로 가득했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강력한 저항에 맞서는 나의 믿음직스러운 300개의 콘텐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