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버린 글루틴 프로젝트, 아내와 아이도 내가 매일 새벽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누구나 그랬듯이 우리 집 아이도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늦게 자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정말 힘들어 짜증을 내고, 부모의 목소리는 아침부터 고음과 방울뱀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다. 아이가 일어났을 때 기분에 따라 집안의 공기가 달라졌던 우리 집에도 어느 새부터 아이는 기존의 일어하는 시간보다 2시간이나 빠른 새벽 6시에 스스로 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며칠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일주일이 넘도록 매일 새벽 6시에 알람도 없이 일어난다.
아이는 일어남과 동시에 글쓰기를 하는 나에게 와서 자신의 기상을 알린다. 지각할까 싶어 아내와 내가 붙어 옷 입히고 아이의 가방을 챙겨주지 않아도 이제는 아이 자신의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아이의 루틴은 일어나서 양치하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물 한 컵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다. 주말에 같이 가서 보고 싶은 책을 고르기도 하지만 내가 일주일 치 분량을 한 번에 대출해서 아이에게 주면 본인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서 스스로 읽는다. 물론 아내와 내가 읽어주기도 하지만 요즘은 혼자 읽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난 책 읽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여유롭다는 말만 했을 뿐 절대 아이에게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 강요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성장기의 아이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요즘 늦게 자도 새벽 6시에 곧잘 일어난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다 보니 나의 루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 점점 줄고 있어서, 기상 시간을 바꿔야 할지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책 읽기와 글쓰기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기상 후 보다 집중해서 나만의 루틴을 실천하려고 한다. 새벽에 같이 허버드에 대한 꿈을 꾼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서 나의. 시간을 아이에게 조금 더 할애하려고 하지만 몇 년 뒤면 나와 같이 있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솔선수범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아이가 언제까지 새벽 기상을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새벽 기상이 얼마나 좋은 습관인지 꼭 알려주고 싶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한 몸으로 이제 내 삶에서 최고의 기쁨이 되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내가 유유자적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회복하며 충전할 수 있는 오티움이 바로 이 시간이다. 장소도 중요하지 않고 시간은 새벽시간이면 더 좋겠지만 굳이 새벽이 아니라도 된다. 책과 노트, 만년필, 그리고 키보드만 있으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나만의 세상이 펼쳐지고 나는 그 세상에서 거대한 땅을 가꾸고 창고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도둑맞이 않는 내 머릿속 지식과 지혜는 매일 새벽 시간, 나를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주는 오티움을 통해 축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