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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10. 2023

감정코칭 세미나 첫 번째 이야기

글쓰기라는 감정 표출 창구

 결혼이 하고 싶어 연애를 하면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난날, 특히 나는 이성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고 결혼을 전제로 하는 이성교제를 하면서 진정 나를 위해 준비된 배우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특이한 성격을 가진 나이기에 보통의 사람들과 달랐지만 나를 위한 배우자라고 한다면 나의 본성까지 감추며 배우자의 성향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여러 가지로 준비되지 않았지만 결혼에 목매는 시절을 보냈었다. 하지만 교육담당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을 좀 볼 줄 안다는 착각 속에 살았던 나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진짜 그 사람의 속마음을 보지 못했고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안 좋은 이별을 하였다. 이 후로는 이성교제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자의 삶을 살았다.


 당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평일 스케줄 속에서 유일한 휴식시간은 토, 일 단 이틀밖에는 없었다. 쓰디쓴 이별 후에 한 달 정도는 잠만 잤었고, 일자가 바뀐 줄도 모를 정도로 금요일 밤을 꼴딱 새우고 일요일 새벽이 올 때까지 잠잔 적도 있다. 이렇게 주말을 보내자 연락이 안 되어 부산에서 부모님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셔서 올라오시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잠으로 보냈더니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채웠다고 생각했고, 나 혼자 뿐인 집에서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책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책에 빠져 지냈다. 아마 이때를 계기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보며 위로와 위안을 받고 회복되었다. 서울에서 정착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사 근무를 했지만 팀 사정으로 부산에 교육장이 다시 생기면서 2012년 8월 15일, 오늘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던 한강대교를 건너며 부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부산에 돌아와서도 주말 동안 나의 유일한 일은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하루 종일 책만 보았다. 책을 보다 지루해지면 핫 트랙스에 가서 필기구 구경을 하면서 노트에 메모를 하였고 다시 책을 보다 문을 닫을 때까지 교보문고에 있었다. 지인이 우연히 봐서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집중한 채로 책을 보고 있어 말 걸기 어려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으로 받은 아픔을 독서를 통해 회복하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점이 이때부터 독서를 하고 이후에 글쓰기를 했다면 지금 쯤이면 글쓰기 고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8월에 다시 돌아왔으니 올해로 만 10년의 내공을 쌓았을 것인데 이때 나는 글쓰기를 알고 있었지만 절박함과 꾸준함이 없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 퇴근 이후, 주말 동안 샐러던트의 삶을 7년 동안이나 살아왔고,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고의 지지를 해준다. 올해는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책 읽기와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나의 계획도 지지해 주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문법적인 부분과 문장 구성 전개에 대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해주며 글쓰기와 전혀 관련 없던 이과 출신의 내가 도서 관련 글쓰기를 하는 것과 책 출간에 대한 최고의 조력자가 바로 아내였다. 말수가 적은 내가 감정을 표출하는 유일한 창구인 글쓰기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여유가 생겼고 내색하지 못했던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느낄 정도이다.


 아이는 매일 일어나자마자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로 와서 우리만의 아침 인사를 나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아이의 루틴을 도와주기 위해 2권의 책을 가저온 아이를 안고 이런 날을 위해 취득한 동화구연 자격증을 활용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물론 강요한 적은 없지만 이제 아이도 책 읽기에 관심을 보이며 내가 읽어주고 글쓰기를 하고 있으면 내 옆에 앉아 아이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로 낭독을 한다. 아이의 낭독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동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기도 하지만, 아이와 새벽에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내가 그러했듯이 아이도 감정적으로 풍부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책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취향과 방법은 다를 수 있겠지만 책 읽기는 내가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물려주고 싶은 삶의 유산이자, 감정의 통장을 채워주는 감정 투자를 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선택은 아이의 몫이지만 아이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수많은 선택지를 알려주고, 부모가 직접 자신의 선택을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일말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감정이 풍부하며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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