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Aug 11. 2023

감정코칭 세미나 두 번째 이야기

행복의 씨앗을 심는 농부

 아내는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좋은 세미나가 있으면 종종 같이 가서 듣고는 했다. 최근 삶에 변화를 준 세미나가 두 개 있는데 제주 레이지마마에서 진행했던 ‘갓생캠프’와 알로이시오 힐링센터에서 진행했던 ‘감정코칭 부부세미나’이다.


 갓생캠프는 아이의 제주 한 달 살기를 위해 사전 탐방의 성격이 강했지만 기대 이상의 배움과 회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마음 학교를 가야 한다고 하니 아이가 쿨하게 허락해 줘서 가능했었다. 지난주 진행된 감정코칭 부부세미나도 아이의 허락이 있어 가능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었기에 장모님 찬스가 아니었다면 참가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서울 본사에서 근무할 때 성심수녀회에서 주관하는 예수마음배움터, 에니어그램 기본, 고급과정을 배우면서 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상대방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본사 근처 역삼동에 교육장이 있어 전문가 과정도 준비하고 있었지만 교육장이 파주로 이사 가고, 나도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나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감정코칭 세미나는 마리아수녀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부산 송도의 성자 두 명 중 한 분인 알로이시오 슈왈츠(한국명 소재건) 신부님이 만드신 기관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일 년에 한 번 밖에 진행되지 않기에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아내는 이미 참가 신청을 하고 나에게 함께 하자고 말했다. 아이가 이미 허락을 했기에 거부할 명분이 없었기에 순순히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 내가 참여 안 할까 봐 멀리 송도까지 답사를 다녀온 아내의 정성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다.


 1박 2일 동안 진행된 감성코칭 부부세미나는 ‘가터맨 부부 관계 코칭’을 기반으로 해서 행복의 집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알게 해 준다. 최고의 교육 과정이라 할지라도 교육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강사님도 교육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교육담당 출신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했다.

 카터맨 박사님 부부에서 사사하신 수녀님께서 열과 성의를 다하시며 이 땅의 모든 부부가 행복해져서 행복한 가정과 그 속에 자라는 아이가 되는 것을 꿈꾸시는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가 알지 못했던 아내를 불안하게 만들고 상처 주었던 말과 행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충격과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욱하는 성격과 다혈질의 성정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리고 여린 아내에게는 화가 났을 때 나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요소로 작용했다는 것과 내가 아내에게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담쌓기의 행동도 아내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끄러움이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던 독은 총 네 가지로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중 특히 비난을 가장 잘 사용하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왜 울어”였는데 내 입장에서는 우는 이유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지만 상대의 감정을 비난하는 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무엇 때문에’라는 말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아내의 행동 중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질문을 하면 대답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하는 행동이었는데 이것은 담쌓기로 상대와 대화를 거부하는 독이다. 아내가 이런 독을 사용한 이유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화난 내 모습이 너무 무섭고 특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으며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의 눈처럼 보여서 두려웠기에 말도 못 하고 담쌓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내의 감정과 속마음을 알고 난 후에는 이제 이과출신의 자랑이라고 생각한 why 사고법과 질문법을 내려놓기로 했다. ’왜‘라는 질문보다 ’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을 하며 아내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또한 애칭을 사용하여 부르던 아내의 호칭을 ’ 여보‘로 바꾸며 아직은 어색하지만 상호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을 연습 중이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지만 이제 더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깨달았다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나의 행복과 아내의 행복, 그리고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무심결에 사용했던 네 가지 독을 버리고 비난하기보다 요청하고, 방어하기보다 부분적으로 인정하며, 경멸하기보다는 호감과 존중의 자세로 담쌓기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할 것이다. 1박 2일 동안 배운 행복으로 가는 열쇠를 찾았고 이제는 문을 열고 행동으로 변화를 만끽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코칭 세미나 첫 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