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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13. 2023

변수에 대응하는 루틴

슬기로운 충전 생활

 수소전기차를 운행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수소전기차를 타기 전에도 하이브리드 차를 운행했기 때문에 차를 선택함에 있어서 연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 교통사고 이후에 무엇보다도 안전한 차를 선택해야겠다고 기준을 바꿨다. 하지만 나를 사고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준 넥쏘에 대해서 안전과 연비에 대해 아주 만족하며 잘 타고 있다. 출시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차인만큼 오랜 시간 고민하였지만 더 이상 최선의 선택을 없을 것 같아 망설임 끝에 구매하였다.


 수소전기차를 운행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충전소이다. 최근 렌트를 한 투산 디젤을 운행하면서 2년 만에 주유소를 이용하였지만 수수전기차의 연료인 수소를 충전하는 충전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몇 군데밖에 없다. 특히 수소충전소의 폭발 위험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존재를 모르고 삼중수소를 이용하여 만드는 수소폭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다. 정부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수소 경제를 만들고자 하지만 아직 수소는 대부분 석유산업의 부산물 중 하나인 부생수소가 차지하고 있다.

  업무와 개인적 이동으로 한 달에 평균적으로 2,000km 정도 주행하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수소충전을 한다. 주로 주말 가족 나들이를 위해 목요일에 충전을 하는데 이번 주는 태풍의 상륙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충전 루틴을 수행하지 못했다. 한 주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다급한 마음에 정해진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길에 충전을 하기 위해 충전소를 갔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정확하게 말해서 예상치 못했다기보다는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변수이다.


 수소충전소는 주유소와는 달리 상시 운영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수소공급이 안 되면 운영을 안 할 수 도 있고, 잦은 충전으로 압력이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충전 압력이 회복될 때까지 충전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수소충천소 어플을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상황을 확인하고 충전을 하러 가는데 이 날은 다급한 마음에 미리 확인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변수가 거의 없는 수소충전소로 향했고 왕복 시간과 거리,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인상된 가격을 경험하게 되었다. 루틴대로 행동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건데라는 아쉬움이 가득했던 금요일 저녁이다.


수소전기차를 운행하면서 자동차 운행에 대해서는 아주 계획적인 루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소공급이 안 되던 시기에는 운행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이동거리를 사전에 계획하고 이동거리를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항상 충전소의 위치와 운영여부를 확인하는 루틴을 실천해 왔다. 한 번 루틴을 하지 않은 대가치고는 많은 손해를 부담하는 것 같아 더 큰 아쉬움이 들지만 이런 아쉬움은 더욱더 절박함과 필요성을 자극해 준다.


 항상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피드백이 충만한 루틴만이 더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주는 루틴이 된다. 기계가 아니기에 1분, 1초로 정해진 루틴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그리고 매번 정해진 루틴대로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효율성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글루틴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변함없이 시행되는 반복적인 행동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 유의미한 행위로 매일 나의 성장판을 자극하고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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