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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25. 2023

싫음과 싫음이 만났을 때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지혜

 나는 호불호가 매우 강한 사람이다. 좋고 싫음의 경계도 명확해서 중간이 없기에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 마저도 내 눈치를 보며 힘들어할 때가 종종 있다. 나도 이런 내가 싫어 눈치껏 상대의 불편함을 알고 있지만 정말 싫어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곤혹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정말 하기 싫을 뿐이며,  싫어하는 것을 해야만 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가득하다. 멍하니 있는 것을 싫어하는 나도 이런 때는 정말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혼자 살 때는 이런 일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싫어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던 독신에서 이제는 남편으로 아빠로 살면서 절대라는 말이 점점 어려워진다. 나는 싫어도 아내가 좋다면, 나는 싫어도 아이가 좋다면 나도 좋은 것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것이 어떤 연유로 싫어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왜 싫어하는지는 명확하게  이유를 모를 때도 있는 것을 보니 내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그것을 싫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좋고 싫음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싫은 것이다. 특히 과거 어떤 상황 속에서 내 감정을 흔들어 버린 사건이 있었다면 더욱더 싫은 감정이 생겼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냥 좋고, 그냥 싫은 것이기에 싫은 것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험해보지도 않고 싫어하는 것은 편협한 선택의 기준과 사고만을 조장하는 것이다.


 아직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많기에 이제는 좋고 싫음의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철이 드는 것인지 몰라도 이제 점점 내 기준보다는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개방적인 자세가 만들어지고 있다.


 며칠 전 충전 문제로 아내와 언성이 오고 간 적이 있었다. 평소 충전게이지 반 정도인 상태에서 재충전을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날은 충전을 할 여유도 없었고 주로 이용하는 충전소가 재고소진으로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곳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런 점이 수소전기차를 운행함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던 찰나에 내일의 이동거리를 미리 파악하지 않고 충전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수소충전소가 수소폭탄이라는 오해로 일종의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기에 거의 대부분 외곽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지 않다. 정말 계획적으로 충전하지 않으면 거의 소진되었을 때까지 운행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상황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가 소진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소 공급 악화 상황으로 일주일 정도 충전이 안 된 적이 있었기에 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차를 타고 가면 깔끔하게 해결되겠지만 톨게이트 비용, 유류비를 따져보면 수소전기차만 한 이동수단도 드물다.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싫음을 포기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이전보다 점점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지만 싫음에 대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 지혜는 너무나 필요하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관계 유지에 필요하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이제는 몸으로도 알아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관계로부터 찾아오는 행복을 위해 싫어함에 대한 유연한 자세와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빨리 알아내는 눈치, 그리고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행동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내 곁에 머무는 것 편안하다고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특히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 지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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