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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23. 2023

아이의 최애 포켓몬

관심과 애정으로 접근하기

 한 때 없어서 못 사는 포켓몬 빵의 열풍은 차갑게 식어 편의점 빵 진열대에 버젓이 진열되어 있어도  예전처럼 예약구매 등 경쟁하며 사지 않는다. 그만큼 이제 주류가 아닌 것이 되고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는 나랑 비슷한 성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로 힘들 때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라고 혼잣말하며 자신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모습을 ‘그릿’으로 봐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자기가 생각한 것을 꼭 이루려고 나름의 노력을 한다.


 지금은 <최애의 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지만, 이전까지는 포켓몬스터의 전 시리즈를 다 볼 만큼 포켓몬을 너무나 좋아했다. 신비아파트에 빠져 있을 무렵 등장하는 고스트의 이름을 다 외우고 심지어 합체 고스트까지 다 외워서 덩달아 모든 캐릭터를 외우는데 애를 먹었다. 포켓몬스터는 신비아파트보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훨씬 많고 심지어 진화를 하는 바람에 더 많은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 캐릭터를 외웠다. 나도 옆에서 같이 보면서 외웠지만 아이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데 아이만큼 관심과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아이와 함께 놀면서 곁눈질로 외우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스터는 바로 ‘이브이’이다. 좋아하는 이유도 너무 단순한데 귀엽기 때문이다. 귀여운 외모로 이브이라고 말하는 몬스터라서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보였지만 아이 때문에 계속 보니 아이말대로 제일 귀여워 보인다. 이렇게 귀여운 외모의 이브이는 진화를 하면 무려 8개의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조건에 따라  다른 진화를 하면서 각각의 매력을 발산하는 몬스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브이처럼 내 눈에는 마냥 귀엽게 보이는 아이도 성장을 하면서 이브이의 진화형처럼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아직 관찰하는 중이기에 아이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본인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선의 노력으로 아이를 지원할 것이지만 결코 내가 원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새벽 기상을 하는 나를 보고 더 오래 자도 괜찮은 나이이지만 덩달아 새벽 기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예전에는 그렇게 일어나고 싶어도 천근만근 같았던 새벽 기상은 이제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되었다. 책 읽기, 글쓰기와 더불어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지만 아이의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실과 같은 것일까 생각해 보면  더 소중한 것임을 느낀다.


 마치 아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새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면 나에게도 이브이의 진화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이브이 띠부띠부씰을 얻게 되자 미친 사람처럼 차 안에서 소리 질렀던 나와는 달리 너무나 담담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컬렉터북에 넣는 아이를 보며 이제는 아이보다 내가 더 포켓몬스터에 관심과 애정이 넘쳐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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