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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16. 2023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

양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의 다음 도전 단계

인간의 뇌는 지구상 어떤 개체보다 탁월한 영역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인간이 왜 다른 동물과는 다른지를 알려주는 인간의 장기이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98% 이상의 유사성을 보이는 침팬지의 뇌 용량은 350~380ml로 인간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인간은 뇌를 통해 생명 유지를 위해 본능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부위와 감정을 표현하는 부위, 그리고 인간답게 사고하는 부위까지 다채로운 뇌를 가지고 있는 지구상 유일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생각이 영원히 기억되지는 않는다. “망각 또한 신의 축복이다”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인간은 다음 날이 되면 80% 이상을 기억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물론 뇌에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하는 부위가 있지만 영원히 기억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은 기억 대신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부터 기호나 그림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대상을 그렸고 돌에 새겨왔으며,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차 양피지, 파피루스, 종이 등으로 기억의 저장 창고는 변해왔다. 지금은 하드디스크, 클라우드 서버 등 IT 발달로 인해 더욱 다양하고 휴대 가능하며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기억의 저장창고가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유일한 저장 창고가 있는데 바로 책이다.


 지금은 불타 없어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수만 권의 책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오직 선택받는 소수의 지식층만 이용할 수 있었다. 책은 정보와 지식의 집약체로 왕의 일대기와 왕실의 보존을 위해 기록되거나 병법이나 천체관측 등 군사, 과학적인 업적을 위한 저장 창고로 존재해 왔다. 그래서 아무나 책을 쓰거나 소유할 수 없었지만, 일부 식자층에 의해 필사를 통해 사본이 유출되면서 권력층 이외의 사람들도 책의 묘미를 맛보게 되었고 고가에 거래되는 귀중품이었다.


 책도 별로 없거니와 워낙 귀한 물건이라 지식을 갈구하던 당시 지식층들은 원본을 베껴 쓰는 방법으로 책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다. 과거 우리 조상들도 서당에 모여 학문을 배울 때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외우는 방법을 통해 책과 혼연 일치되도록 노력했으며 초서, 질서, 교서, 평서 등 다양한 책 읽기 방법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책을 외우다시피 했다. 심지어 정약용과 성호 이익과 같이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정도로 책 읽기에 진심이자 정통한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책 읽기는 오랜 취미이자 나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 착각 속에 살아왔었다. 작년 처음으로 100권 이상의 책 읽기에 대한 기록을 남긴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작년 연말, 내년 계획을 하면서 일 년 동안 365권의 책 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생각도 없이 공표해 버렸다. 책임감을 삶의 중요한 가치관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내가 한 말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많이 보면 무조건 좋다는 어린 시절 늘 들었던 말에 세뇌되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지 내가 봐도 무식하게 책 읽기를 하지만 지금 나는 양의 책 읽기를 추구하고 있다. 하루 한 권의 책을 보려면 적어도 2시간 정도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정말 바쁠 때는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보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수불석권이란 말처럼 항상 내 주위에 책이 있어야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고, 그래야 하루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책 읽기를 한 후 바로 글쓰기를 통해 책의 내용을 기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다.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보고 있기 때문에 공공재를 내 마음대로 훼손할 수도 없지만 내 소유의 책도 웬만하면 밑줄을 긋지 않는다. 몇 번 책 밑줄도 그어 보고 여백에 메모도 해보았지만 재독 할 때 알 수 없는 거부감으로 책 읽기 너무 힘들었기에 밑줄 긋기보다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고 독서노트가 없을 때는 스마트폰 메모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어려울 때는 사진을 찍어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전자책을 볼 때는 화면 캡처를 해서 ‘굿노트’라는 앱을 이용해서 책 내용을 보관하고 다시 보면서 책을 기억하며, 재독 할 때 다시 이것을 활용하면서 책 속의 진액까지 뽑아내려 한다. 책 읽기는 독자와 저자의 끊임없는 대화로, 저자의 질문에 대한 독자 나름대로의 답변을 통해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안지라고 할 수 있고 정답이 아닌 나만의 생각과 주장이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없던 것이 탄생할 수 있고 이것을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한다.


 나는 책 읽기를 통해 나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궤변일 수도 있고 저자에게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읽고, 쓰며, 기억하려는 행위를 통해 진정 내가 살아 있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이제 책을 읽으려는 자세가 만들어진 초보 수준의 나에게는 책 속의 내용이 머릿속이 아닌 삶 속에서 기억되고 실현되기를 바라며 내공이 쌓일 때까지는 양의 책 읽기와 양의 글쓰기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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