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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24. 2023

당신들의 유럽

다시 가족여행을 꿈꾸다

 반려견에게 ’ 산책‘이란 말처럼 ’ 여행‘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레는 말이다. 사실 나는 엄청난 집돌이라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을 맹신하던 사람이었다. 주말과 휴일은 집이나 서점에서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나의 휴식이었다. 여행은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이 대부분으로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나의 첫 해외여행은 대학교 2학년 때 러시아 여행이었다.  당시 나는 군 미필이었기에 세 명의 귀국 보증인이 필요했고 단수 여권만 발급되었다. 물론 도피성 여행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귀국할 것이었지만 군 미필자의 설움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역하면 10년짜리 복수 여권을 반드시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군 복무 후 무사히 전역을 하면서 사회 복귀 첫 과제가 복수 여권을 만드는 것이었다. 딱히 여행지를 결정하고 만들 것은 아니었지만 과거 단수 여권의 설움을 떠올리며 이제는 당당히 해외로 출국할 수 있는 나를 떠올렸다. 호기롭게 복수 여권을 만들었지만 신혼여행을 가기 전까지 항상 내 여권의 역할은 책상 속에 있는 것이었다.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10년 동안 묵은 여권을 갱신하면서 두 번째 복수 여권을 가지게 된 나는 여행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7개국을 다니며 새로운 문화와 현지인의 생활을 보면서 견문과 지경을 넓혔다. 심지어 아내는 여행에 대해 엄청 관대한 사람이라 회사 선배님과 단둘이 여행 가는 것도 허락해 줘서 오키나와와 삿포로는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갔었다.


 가족여행으로 뉴질랜드와 스위스를 갔었는데 신혼여행 때 경험한 너무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뉴질랜드를 처가 어른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제 돌이 막 지난 아이가 무언의 동의를 해줘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이보다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없다고 느꼈던 자연 속에서 우연히 올려다본 밤하늘의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이 아직 눈앞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뉴질랜드는 나에게 있어 항상 가고 싶은 여행지 0 순위이다.


 스위스는 아이가 4살 때 장모님을 모시고 갔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알프스산맥의 만년설과 리기산의 전경, 인터라켄의 공기도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36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지만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피곤하지 않았던 것도 스위스 여행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이라 스위스와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 독일 남부, 프랑스 서부까지 넘나들며 일타세피를 했던 여행이라 더 많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이 세상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의 등장으로 비행기의 이륙이 없어지고 길이 중단되었지만 이제는 엔데믹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3월 그토록 그리웠던 삿포로에 다녀오면서 나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기에 다시 가족 여행을 꿈꾸고 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와 단둘이 뉴질랜드 여행을 약속했기에 뉴질랜드를 다시 갈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여행 때 단 한 번도 마찰이 없지 않았지만 다음 여행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참고 동행인의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전에 봤던 것을 다시 보는 기쁨과 새로운 것을 처음 보는 경이로움으로 유럽의 곳곳을 누비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여행, 실행에 옮기면 더욱 행복해질 것만 같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여행 마니아 된 내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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