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Sep 03. 2023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학생이 교육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초중고등학교 12년의 공교육 기간 동안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었기에 고등학교 진학 후 자퇴를 하며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그중 거의 대부분은 유학을 위해 자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극소수의 학생은 정말 공부가 싫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침 8시까지 등교하여 밤 9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나면 집에 와서 쉬는 것도 아는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다 다음 날 똑같은 패턴으로 등교하고 하교하던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은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말이 야간자율학습이지 무조건 해야 하는 야간학습 시간이었으며 교실에 지키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복도를 다니시며 떠드는 사람은 없는지 감시하는 그런 시간이어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하는 자유 정도만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다 병원을 가거나 집안 행사가 있어 6시에 하교를 하는 날이면 세상이 참 밝아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복은 상하의가 짙은 청색이었기 때문에 마치 죄수복을 연상하게 했고 학교도 산 중턱에 있어서 중앙교도소라 불리기도 했기에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일찍 하교하는 날은 탈옥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를 한 후 대학교에 진학하고 휴학 없이 8학기를 다니고 졸업을 했는데, 쉼도 없이 달렸던  12년의 시간 이후 이어진 5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앞으로 달렸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마치 눈을 가린 채 앞으로만 뛰어가는 경주마처럼 나의 학업은 졸업을 위해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학사모를 쓰고 학위증을 받았고 그렇게 나는 졸업의 순간을 맞이하였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전공이었기에 전역 후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지만 막상 군대에서 사회로 복귀할 때가 다가올 무렵부터는 학업 대신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 전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여 30군데 이상 취업 원서를 넣고, 접수했던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면접비를 버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고 운 좋게 복수의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받게 되었다. 막상 취업에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드니 잊고 있었던 대학원 진학이 생각났고, 일하면서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서 입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회사는 본사 근무자 외에는 대학원 진학은 어려운 일이었고 사령장 수여식 전날 근무지가 서울에서 마산으로 바뀌면서 나는 또 한 번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에서 마산까지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3개월 만에 부산으로 근무지가 변경되었고 또 2년 뒤 나는 처음부터 내가 원하던 부서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다.


 막상 서울에 올라와 보니 학업이나 문화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고민만 하다 그토록 원하던 대학원 진학 시기를 놓쳐 버렸고, 아무리 자비로 대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이직의 신호로 여기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결국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도 나는 대학원을 다니지 못했다.


 우연히 부산에 다시 교육장이 만들어지면서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고, 약 1년 후 교육팀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동안 나의 이력을 정리하다 보니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교육팀에 있으면서 교육 관련 자격증이 없는 나의 현실에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당시 분당에서 알게 된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디지털 대학교 산하 기관에서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6개월 동안의 시간을 통해 나는 샐러던트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후 8년이란 시간 동안 샐러던트의 삶을 살면서 석사 학위를 비롯한 몇 개의 학위증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원해서 공부를 했던 자유에 있었다. 12년의 공교육과 4년간의 대학교 고등교육의 시간 동안은 진정 내가 원했던 공부가 아니었기에 전공에 대한 호기심도 없이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흐름에 따랐던 것이었지만 내가 선택한 8년은 시간은 진정 내가 배우기를 원했기 때문에 퇴근 이후, 주말 동안 휴식을 포기하고 오로지 학업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2022년 12월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한 결단으로 고민에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당시 교육학 전공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교육학 관련 대학원에 진학할지 글쓰기에 전념할지를 고민했었는데 2주간의 고민 끝에 잠시 학업을 내려놓기로 했다. 8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같이 강의 듣고 토론과 과제를 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 대신 글쓰기에 전념하는 나를 만나고 싶었기에 글루틴 1기를 신청하면서 그토록 원했던 작가의 삶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제 10개월 동안 글루틴을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매력 속에 빠져있고, 10대 시절부터 막연한 꿈으로 남아 있었던 출간의 기쁨을 누리면서 더욱더 깊은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작가의 문장을 훔치고 진정한 배움을 얻기 위해 매일 책 읽기를 한 후 나의 생각과 주장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요즘, 나는 학업을 내려놓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업을 계속 이어갔다면 매너리즘에 빠져 학위 컬렉터로 변질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쓰기를 하는 삶이 너무 좋을 뿐이다.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는 생각에 평생교육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는 나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온전한 나의 자유에서 비롯된 진정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해서, 필요함을 느껴서 하는 이 배움은 시간은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며 그에 대한 답을 찾게 만든다.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전혀 기대하지도, 생각하지 않았던 축복을 누리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아이에게도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강요하기 싫고 그럴 생각도 없다. 본인이 원한다면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끝나면 홈스쿨링을 시켜서 진정 아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본인이 원해서 공부하게 만들고 싶은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어디 자녀 교육에 있어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결코 싶은 않기에 그저 거리를 두고 바라만 볼 뿐이다.


 하지만 항상 아이에게 말하는 한 가지가 있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며 아이의 달란트가 무엇인지를 지켜볼 뿐이다. 하늘이 아이에게 선물한 재능이 무엇이고 그 재능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주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이루지 못한 꿈과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최대한 기대하지도 꿈도 꾸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인생은 오로지 아이의 결정으로 선택되기를 바라며, 아이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 줄 그 무엇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삶을 살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