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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26. 2023

우리, 편하게 말해요

진심을 담은 말하기

인간은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로써, 인간만의 언어가 있고 그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태어나 옹알이를 시작으로 배우게 되는 언어, 모국어를 배우거나 제2 외국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말하기를 배운 적은 없다. 정규 과목에도 없는 말하기를 신기하게 배워서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배우지 못한 한계를 종종 드러낸다. 심지어 감당하기 큰 부담이 되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고, 심지어 나를 소개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움을 핑계 삼아 얼버무리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말하기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기술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말하기를 배워야 하고, 잘 배워야 한다. 스피치학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말하기를 어디서 배워야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말과 화자(말하는 사람), 청자(듣는 사람)가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나로 없으면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청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독백이란 형식의 말하기도 있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독백은 화자가 동시에 청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화를 구성하는 말, 청자, 화자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잘 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잘 들어야지만 상대방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지를 알 수 있기에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하고, 이것을 경청이라 표현한다. 내 삶의 가치 중 이청득심도 이 경청의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경청의 자세에서 진정한 말하기를 배우는 것이 시작된다.


 말하기는 감성의 영역이라면, 글쓰기는 이성의 영역이다. 글쓰기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한 것으로 논리력, 사고력, 설득력, 전달력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말하기도 잘한다. 한 예로, 발표를 위해 내가 만든 PPT자료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발표를 준비하면서 외울 필요도 없고 약간의 연습만 하면 말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말하기를 잘한다고 해서 글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도 불가분의 관계로 서로 영향력을 주지만 서로 등식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말하기는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내가 의도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을 행동하게 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말하기의 의미 속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햇빛이 되기도 하고 서먹했던 관계를 회복시키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내 속의 진심이 왜곡되거나 의미가 달라지지 않고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는 말하기의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은 상대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귀와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하는 눈으로부터 나오는 집중력에서 출발한다. 잘 듣고 잘 봐야지만 잘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리가 만들어지는 발성기관과 소리를 듣는 청음기관이 인간의 얼굴에 있는 것을 보아도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말은 소리로 만들어지고 소리에는 파동이 있으며 파동은 에너지, 힘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말은 에너지요, 힘이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듣는 이에게 영향을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기에 말을 조심히 가려서 해야 하고 내가 하는 말이 듣는 이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내가 말하는 의도를 오해 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각 없이 말하면 안 되고, 생각하고 정리해서 말해야 한다. 말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인데, 생각하고 말하라고 하면 말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족처럼 편한 사이일수록 더 조심히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부담스러워 아이가 잘 생겼다는 소리를 우리 아들은 못 생겼다고 했던 의미 없는 대답이 정작 아이에게는 외모 콤플렉스로 평생 트라우마가 되는 사례를 통해 가족 간의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가에서 깨닮음을 얻기 위해 말을 하지 않는 묵언 수행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과연 며칠이나 말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교육담당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하루 종일 말만 해서 퇴근 후에는 일절 말하지 않았던 나의 경험과 영화 “캐스트 어웨이” 속 무인도에 혼자 사는 주인공은 너무 말하고 싶어 배구공을 윌슨이란 존재를 만들어서 대답 없는 상대에게 말하는 것을 보아도 말없이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움 속에 말하기의 매력이 있다. 어려울수록 더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말하기, 매일 책을 읽고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정리하는 연습을 하면서 저절로 잘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말하기를 잘하고 싶어서 더 글쓰기에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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