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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07. 2023

마음의 지혜

매일 꾸역꾸역 해낼 때 느끼는 감정

2012년 8월 15일,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억수 같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이 아닌 밖에 있었고 이날은 약 4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날이었다. 남아 있는 작은 짐을 자동차에 넣고,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후배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한강을 건넜다.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불어난 한강을 보면서 1년 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올 것이며,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나 스스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지 못했다. 능력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말 다시 내려오기 싫었던 부산이 어느 순간 떠나기 싫은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강을 보며 다짐을 한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산에 내려온 후 1년 동안 정말 티 안 내고 이직을 위한 준비를 하고 면접도 보고 했지만 결국 나는 남게 되었고 몇 번의 부서 이동을 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했다.


 이직을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다른 삶을 살았겠지만 결혼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혼자 일에 미쳐 일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았을 것이라는 씁쓸한 기분이 남는 이유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부산에 다시 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즐기는 법을 배우면서 일과 삶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행복한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살았었다.


 군 전역 후 바로 취업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군대에 있을 동안 아무 걱정 없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던 것이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토록 되고 싶었던 것을 이루고 난 후 찾아오는 허무감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맞았는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상 이런 글을 다른 누군가가 본다면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꿈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기에 나의 기준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꿈을 내 안에 있는 나에게 가끔 물어보고는 한다. “이거 진정 네가 원하는 것이야??” 뜬금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보면 다시금 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다. 내가 원해서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고 싶은 것인지를 고민해 보면 쉽게 답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차이를 발견하였다. 내 기준으로 말해보면 ‘원하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하고 싶은 것’은 외부의 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귀가 얇은 편인 나는 “이게 좋다”, “유망한 것이다”라는 말에 아주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적성에도 맞지 않은 자격증 취득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적도 있었다. 취득 후 책상 서랍에서 빛조차 보지 못하는 자격증을 보며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원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감정과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느끼는 감정의 크기 차이는 있겠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토록 찾으려고 했던 행복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 행복은 도구‘라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행복을 목표로 삼고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찾아오는 허무감 속에 괴로워한 적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행복이 목표가 아닌 도구가 되었을 때 이런 허무감보다는 한 번 더 해보자는 용기가 생겨나고 혹여 실패하고 좌절할지라도 다시 시도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목표로 향하는 과정 속에 느끼는 행복감은 마치 완전 군장을 하고 행군을 하는 군인이 도착지점에서 군악대의 팡파르를 상상하는 순간 온몸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 행복, 일, 사랑, 돈, 성공, 죽음, 미래에 대한 고민과 좌절, 그리고 상처를 받은 감정을 추스르며 나는 내가 가려고 하는 목표를 향해 한 발자국을 매일 새기고 있다. 그저 매일 정해진 임무처럼 아무 고민할 필요 없이 의무적으로 하는 나만의 루틴 속에서 때론 지겨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묵묵히 꾸역꾸역 할 뿐이다. 이런 매일의 꾸역꾸역 해내는 루틴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1년 전, 5년 전, 10년 전과 다른 나와 마주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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