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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11. 2023

강인한 생명력

파인애플 수확을 기다리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가는 것이 극명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파인애플이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바나나도 내가 아이의 나이였을 적에는 엄청난 부잣집 과일이었기에 당시 파인애플은 1년에 한 번 구경할까 말까 하는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


 지금은 제주도나 거제도 등지에서도 제배되고 있지만 당시 농업기술력으로 국내에서 재배할 수 없던 파인애플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귀한 몸이었다. 뜨거운 태양이 항상 내리쬐는 열도지역이 고향인 파인애플은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지 않은 타국의 과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파인애플은 거제도의 특산품이란 사실이다. 1960년 무렵부터 거제도에서 제배되기 시작한 파일애플은 이제는 ‘국내산’이란 마크를 품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대중적인 과일이 되었다.


 대중적인 과일이 되었어도 사과나 바나나에 비하면 파인애플은 아직도 비싼 과일이다. 가격도 문제지만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 때문에 쉽게 먹을 수도 없기에 수확한 상태의 파인애플은 인기가 작다. 그래서 마트나 시장에 가면 껍질이 제거된 상태나, 통조림으로 가공된 파인애플에 쉽게 손이 가는 편이다.


 대형마트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가면 꼭 파인애플을 산다. 파인애플을 최애의 과일로 삼고 있는 나에게는 파인애플 껍질을 제거하는 노하우가 있기에 항상 파인애플을 잡을 때는 내가 칼을 쥔다. 한 번에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 나만의 노하우이다.


 그리고 항상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파인애플의 윗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심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 여름이 오기 전 6월 경에 구매한 파인애플은 크라운은 그동안 수경지배로 뿌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화분에 심는 방법으로 변경했었다.



 잎사귀가 말라 버려 곧 죽지 않을까 생각하며 흙에 직접 심은 파인애플은 내 걱정과는 달리 너무 잘 자라주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고향에 왔다는 착각을 했었는지 몰라도 마트에서 산 파인애플은 나에게 과육을 선물하고 새롭고 신선한 과육을 다시 주기 위해 위대한 생존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낮아진 기온 때문에 파인애플이 죽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말라비틀어졌어도 흙과 물, 따뜻한 온도 속에서 멈춰버린 생명의 시간을 다시 가동하는 파인애플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낀다.


 파인애플의 푸릇푸릇한 잎사귀를 보고 있으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매일의 과업을 꾸역꾸역 하면서 생명의 시간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도 파인애플과 같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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