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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09. 2023

아내의 외출

토요일을 즐기는 방법

 지난달 알로이시오 힐링센터에서 <카트만 부부 상담 세미나>에 참석한 후 아내는 감정 코칭 2급 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내는 같이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아직 감정적인 여유가 없었던 나는 참여하는 대신 아내를 모셔다 드리고 모시고 오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아내가 운전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과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교육장이라서 교육에 집중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내가 기사를 자청한 것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내 차에 연비가 좋고 통행료 할인이 되기 때문에 아내가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10회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1박 2일간의 세미나 참석 동안 엄마 아빠가 자신과 함께 하지 않음을 슬퍼하는 아이의 감정도 아내만 참여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 달 남지 않은 주말 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은 내 마음이 불참의 가장 큰 이유이다.


 지각하면 결석과 동일하다는 엄격한 출결 기준 때문에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1시간 30분 전 여유 있게 출발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단 둘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진 우리 부부에게 오늘과 같은 외출은 상상도 하지 못한 만큼 특별하다.


 아이가 엄마 껌딱지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주말 동안 나의 휴식과 나의 루틴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도교수이신 수녀님께서 나의 불참을 아쉬워하시면서 하루 종일 어디서 무엇을 하며 기다리는지 궁금해하신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아내가 교육받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물론 격주 간의 아내가 교육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차 안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할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 차 안에서 책을 읽어보니 잡생각이 가득 차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10년 이상의 직장생활 동안 맹수보다 더 뛰어난 화장실을 찾는 본능이 강해 오전의 급한 불은 껐지만 기상 상황까지 고려하면 아내가 교육받는 동안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주변의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의 장소를 찾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주차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


 부산의 전 지역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드디어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교육장에서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새로 생긴 스타벅스는 주차장도 넓고 1, 2층의 자리가 있어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남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할 장소로 미리 예약해 두었다.


 주말 동안 내가 주로 이용하던 도서관과 달리 소음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아내의 일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토요일을 온전히 즐기는 것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내를 기다리면서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어떤 것을 만들어낼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토요일을 온전히 즐기며 올해 나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웃음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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