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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06. 2023

학생 지킴이 봉사대

내 아이를 넘어 모든 아이를 보는 시선

아이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 아내가 갑자기 퇴근 후 시간이 되는지 물어본다. 그냥 아이와 함께 놀 건지 물어본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시간이 된다고 말했고, 그렇게 나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생 지킴이 봉사대가 되었다. 군인이었을 때 부대 경계근무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고 나를 위로하기는 했지만 팀라이트에서 주관하는 행사 이외에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 이런 활동은 어색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지봉(학생 지킴이 봉사대) 발대식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조별로 진행되는 순찰활동은 자의든 타의든 시작한 활동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했다. 3주 로테이션으로 진행되는 조별 순찰활동은 2시간 동안 학교 주변을 포함해서 동네를 다니며 위험에 처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학지봉의 주요 임무이다.   



학교 정문에서 출발하여 온 동네를 걸어 다니며 이사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처음 방문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동네를 직접 발품 팔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외모가 학생들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위험에 처한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대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다른 봉사 대원 아버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육아의 노하우를 나누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은 봉사대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희소식을 듣기도 하며 동네를 걷고 있으면 어둠이 내린 저녁 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보인다. 말만 자율이었던 나의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불 켜진 고등학교의 교실과 학원 앞에서 셔틀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이이지만 치열하게 살고 있는 투쟁의 현장도 볼 수 있었다.


 학생 지킴이 봉사대의 조끼를 보고 인사를 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학생들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 아이만 아는 편협한 시야를 넘어 아직 힘없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 모두를 세상에 먼저 태어나, 그들이 겪고 있는 시기를 이미 경험한 어른이자 선배의 입장에서 지키고 보호해야 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처음 하는 활동이라 동네를 걷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건강한 아이의 부모가 아이의 선후배인 학생들을 위해 활동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다 안전하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운동의 시작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여러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모은다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더욱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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