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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18. 2023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좋고 나쁨이라는 기준

우리 집은 ‘바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바퀴벌레가 나오면 온 집안이 비상상태가 되는 이유는 아내와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벌레이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잡아야 한다. 너무 급해서 손으로 잡은 적도 있을 정도로 극혐 하는 벌레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다행스럽게 한 번도 마주한 적은 없지만 고생대 이후로 바퀴벌레의 외형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을 틈타 온 집안을 구경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 3등분으로 구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으며 생물 계통분류학적으로 곤충류에 속하는 절지동물을 말한다. 모기, 개미, 꿀벌, 메뚜기 등 다양한 곤충이 있으며 인간을 해롭게 하는 곤충은 해충이라 하여 살충제를 이용해 박멸하려고 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50년 넘게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쇠똥구리 복원을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데 쇠똥구리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항생제 사용과 방목이 아닌 사육을 위한 배합사료에 있다. 소나 말의 배설물을 주요 먹잇감으로 하는 쇠똥구리에게는 항생제와 배합사료의 성분은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그래서 충남 태안 사구에서 한우를 방목하여 키움으로 쇠똥구리가 자연스럽게 활동하도록 환경을 조성하였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발복 하는 소는 빨리 자라지 않아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기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육질은 더 좋다고 하며, 자연계 청소부인 쇠똥구리가 다시 살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쇠똥구리의 사례만 보아도 인간의 욕심이 자연계의 구성원을 멸종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멸종 사례가 비단 쇠똥구리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 더 많은 종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더 나쁜 것은 ‘해충’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들의 존재이유와 자연계에서 하는 역할까지 부정하며 지구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거짓선동에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식물 수분에 관여하는 꿀벌 대신 로봇벌을 이용한다는 인간의 생각은 혁신적인 사고가 아닌 편협한 사고일 뿐이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에는 수많은 구성원들이 있고, 그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대체제가 없다는 점이다. 유전적으로 사촌 격인 개미, 꿀벌, 말벌은 비숫하지만 서로 다른 서식지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인간에 비하면 하등 하다고 여기는 곤충의 세계는 인간이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경이로울 정도로 신비한 그 세계에 대해서 곤충학자와 소소의 애호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관심을 두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해충인 바퀴벌레도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왔고 단지 그들과 인간의 생활 영역이 겹칠 뿐인데 그들에게 혐오감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무조건 죽여해 하는 존재로 여기며 동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들에게도 각자의 영역이 있고, 역할이 있으며 그 누구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곤충에 대한 좋고 나쁨이란 평가는 인간이 규정한 것이지 자연계에서는 생존과 죽음, 그리고 순환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연계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닌 자연계 속에 있고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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