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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26. 2023

새벽닭 울 때 난 괴로웠다.

하루를 시작하는 백지에 내가 적어야 할 이야기

 평소 산보에 가까운 걷기를 자주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한라산 등산을 하고 평소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자괴감과 20여 년 전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무거운 전투배낭과 장비를 들고 관측임무 수행을 위해 산을 오르는 훈련을 기억하고 있는 내 몸에 감탄한 치열했던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잠,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고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는 것은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05시 49분 어둠이 깔린 새벽 미명, 새벽닭이 운다. 마치 자신의 할 일을 한다는 신념이 고요한 세상 속에서 처절한 소리를 울려 찬란하게 떠오를 태양을 맞이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다. 이 신성한 의식을 수행하기 위해 추운 겨울밤, 어둠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낸 수탉보다 난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난 승리의 도취를 느끼는 새벽이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괴롭다. 좀 더 자고 싶은 생각과 지금 일어나냐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고, 내 몸은 누구의 편을 들 것인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의 하루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은 기분에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일어난다.


 일찍 일어난 것이 뭔 대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4시를 하루 두 번 만나는 일상을 만들고 싶은 나에게, 새벽 기상은 축복이자 은혜이다. 점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짐을 감사하게 느끼며, 이제 이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에 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세 달 동안 새벽 기상과 싸우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주로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데, 가끔 처음 썼던 글을 다시 보면 참 이렇게 못 쓴 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아내가 비웃기도 하지만 그 글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생각은 절대 없다. 그 글을 썼던 과거의 나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같은 나이기에, 나란 존재에서 쓰인 글은 모두 소중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다.


 제주 서귀포에서 보내는 4일간의 시간 동안 자연과 책, 그리고 글쓰기에 집중해 본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하신 외삼촌의 도움으로 편안한 여행을 보내면서, 나의 글쓰기도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단 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는 아직 동이 트지 않는 지금, 내 여명의 눈동자는 불타 오르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데도 인생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앤드류 매튜스


일어나 새벽을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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