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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1. 2023

책들의 부엌

변해가는 시간과 공간

시간이란 개념은 늘 흘러가는 것이다. 특히 인생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늘 바쁘게 흘러간다. 붙잡고 싶은 순간도 많이 있고, 실제로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던 시간도 알고 보면 바닷가의 모래를 손으로 잡았다가 피는 순간 손안에 모래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는 지금도 인생의 한순간을 살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인생은 말없이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나는 어릴 적 직업군인이 아버지를 따라 관사나 군인 아파트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부대가 도심지가 아닌 한적한 시골에 있기 때문에 나의 어린 시절은 도시의 삶이 아닌 시골의 삶이었다. 서울 말을 쓰는 얼굴 검은 아이의 시골 생활은 늘 흥미진진했다.


 하루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개구리를 잡고, 그다음 날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고, 우리들만의 동네 야구를 하며 매일매일을 신나게 보냈던 시골 생활은 지금의 도시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친환경적 놀이의 집합체였다.


 그때 나와 함께 놀았던 아이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분명 그들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자신 인생의 시간도 나처럼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설령 지금 그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서로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서로의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인생 쉽지 않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의미인지 몰랐고, 지금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인생을 살다 보니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모든 것은 처음이기에 서툴고 낯설 수밖에 없어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 처음부터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처음 하는 사람이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장인의 시간처럼 능숙하게 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인생에서는 이런 욕심을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며, 욕심 없는 인생은 실수해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준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자세는 인생에서 처음이 아닌 두, 세 번째의 시도를 하게 하고 처음보다는 능숙함을 선물해 줄 것이다.


 단 한 번 사는 인생의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처음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도하는 용기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 보는 노력이 시간의 흘러감 속에 처음 하는 아마추어의 모습에서 능숙한 프로의 모습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다.


 과거 주거 공간이었던 시골의 한옥이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한옥 민박집이 되고, 북 스테이를 하는 문화 공간으로 바뀌는 것처럼 내가 의도했던 인생이라 할지라도 “때(타이밍)”를 만난 인생의 순간에서 환골탈태의 미학이 실현되는 마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마법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나는 내 인생의 ‘때’가 언제인지 기다리며, 그 ‘때’를 마주하는 순간을 준비하면서 그 ‘때’가 되면 오랜 시간 봉오리 상태로 기다리다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처럼 인생을 장식하는 순간이 되도록 연단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는 그 ‘때’가 언제인지 알고 기다리며 준비하는 자세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애티튜드>와 <아비투스>를 간절히 붙잡고 재독 하면서 인생의 자세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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