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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3.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그 자리에 자신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용의 후예였던 고려 왕을 폐위하고 새로운 나라, 재상의 나라, 성리학의 이념이 세워진 왕조를 세우고자 했던 조선은 위화도 회군을 시작으로 고려의 충신들을 제거하고 이성계가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시작한다. ​


 많은 사람들이 조선의 시작은 한양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성계가 왕위를 수락한 곳도 개성이요, 조선의 시작한 곳도 개성이다. 그래서 개성은 두 개의 왕조가 시작한 영물스러운 땅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성은 5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려의 수도로써 고려의 충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기에 언제 이성계를 제거하려고 하는 반역이 일어날지 모르는 땅이었기에 무학대사와 정도전은 영원한 왕조를 이끌어나갈 도읍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논쟁 끝에 한양으로 천도하게 된다.

 한양은 조선의 도읍으로 27명의 왕을 배출한 길지이자 조선의 중심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시간을 함께 해왔고, 조선이 망한 후에도 경성, 서울로 불리며 지금의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었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양은 조선시대 때나 지금이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양은 이름만 바뀌었지 그대로 있는데 이 한양의 주인이었던 사람은 27번이나 바뀌었고 그들이 그토록 유지하려고 했던 왕조를 망했으며, 그들이 살던 궁궐은 이제 관광명소가 되어있다. 강산이 50번 바뀌는 동안 조선은 태조 이성계부터 순종 황제까지 전주 이 씨를 왕으로 하는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왜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왕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왕뿐만 아니라 왕의 곁을 지키는 신하들도 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은 나라의 변고가 일어났을 때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나라를 지키라고 내려준 자리에 있는 무장이 전쟁이 나자 배와 무기를 바다에 수장시키고 육지로 도망친 원균이 그러하다.

 심지어 원균은 왜란 공신으로 책봉되었는데 칠천량 해전에서 병법에도 없는 무모한 전술로 왜국을 벌벌 떨게 만든 무적의 조선 수군을 산산조각 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세자를 질투하고 나라의 수호신을 끌어내리고 무능력한 자로 그 자리를 대신하려고 했던 선조 때에 조선은 망해야 했다.

 이때 망함으로써 자신들이 그토록 중시했던 성리학적 명분이 전쟁에서도, 백성을 위해서도 하나도 쓸모없었다는 것을 증명했기에 그들의 백성을 버린 순간부터 조선의 왕도 버렸다고 간주해야 한다. 심지어 선조는 틈만 나면 명으로 망명하기만을 바랐다.

 이것이 과연 백성의 지아비라고 하는 왕이 할 행동인가?? 물론 허구이지만 왕위에 앉은 중전을 끌어내렸던 드라마 속 장면의 대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용상에 앉은 자가 당연히


해야만 했던 일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그 도리를 외면했기 때문이오


조선 왕 27명 중 그 누구도 이 대사를 듣고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세종대왕을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세종대왕도 그중 가장 낳은 편이라는 것이지 실질적인 애민 정책을 시행했던 왕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20권 망국>에서 근정전 앞에 서있는 27명의 조선 왕 중에서 유독 한 명을 찾기 어려웠다. 조선 왕조 최초로 방계 출신으로 왕이 된 선조의 뒤를 이은 광해군, 전후 황폐화된 국토를 회복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개혁 정치를 했지만 수많은 옥사와 친족을 죽였다는 명분으로 폐주가 된 광해군의 애틋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광해군이 전쟁으로 무너져버린 조선을 멸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더라면 역사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상상을 해본다. 역사에 있어서 만약은 없지만 조선왕조실록 속에는 수많은 ‘만약’이란 순간이 있었으며 그들의 선택에 의해 역사는 만들어졌고,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

 두 번의 왜란과 그토록 멸시했던 오랑캐 청의 호란을 겪으면서도 조선은 과거를 철저히 잊으려고 했고, 그 결과 다시 일제의 지배를 받는 암흑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수많은 애국열사들의 희생으로 독립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나라는 매 순간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만 하고,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며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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